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충청매일] 무심천은 추정리 혹은 내암리에서 발원하여 미호천과 만나 금강으로 흘러가는 천이다. 청주를 동과 서로 나누는 청주의 젖줄이자 시민의 휴식 공간이다. 속리산에서 발원한 한남금북정맥이 무심천의 발원지이니 무심천은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셈이다. 도심을 가르는 하천치고는 작은 편에 속하지만, 무심천은 청주 시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힐링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무심천의 서편은 많은 시민의 산책로로 이용하고 있다. 무심천 물이 맑아지면서 물고기도 많아지고 철새도 한철을 보내고 간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무심천은 깨끗한 환경이 아니었다. 오·폐수가 그대로 무심천으로 흘러갔고, 곳곳에 쓰레기로 넘쳐났다. 무심천 지류인 영운천 청소를 위해 전교 학생이 풀을 베고 쓰레기를 줍던 기억이 난다. 나와 비슷한 연배라면 같은 추억과 기억이 있을 것이다. 무심천으로 흘러가는 지류는 효촌천, 월운천, 미평천, 율량천, 발산천 등이 있다.

오래전 무심천은 백사장이 있었고 우시장이 열렸고 보도연맹 사건으로 희생당한 사람들이 있었다. 역사적으로 임진왜란 청주성 전투와 동학농민군과 관군의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예전과 물길이 바뀌고 제방이 높아지고 곳곳에 다리가 놓였지만, 무심천은 청주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켜본 산증인으로 무심히 흘러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있다.

무심천을 걷다 보면 인위적이지 않은 풍경들에 마음을 빼앗긴다. 달뿌리풀이며 억새가 사람을 손길을 벗어나 일가를 이루었고 급하지 않게 흐르는 물이 여울을 이루기도 하고 굽이치며 풀섶을 적신다. 두루미 한 마리 낮은 무릎은 걷고 쪼르르 지나가는 물고기 떼를 바라본다. 나의 관심 어린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두루미를 보며, 생태환경이 살아있는 도심의 하천, 무심천의 희망을 보았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자연에서는 동물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처음 봤기 때문에 인간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지 못한다. 천적이 존재하지 않는 자연에서 다른 존재는 호기심일 뿐 두려움으로 다가오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자동차는 다르다. 동물에게도 그렇지만, 작은 돌다리를 건너 무심천을 건너는 이들에게도 큰 위협이다. 신호가 없어 사천동에서 방서동까지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이라 나 역시 자주 이용하는 편이지만, 하루빨리 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하는 길이다. 자동차 없는 무심천, 천과 억새와 사람이 한데 어울려 단풍드는 무심천이 되어야 한다.

폭우가 몰아치고 잠겼던 하상도로에 비릿한 냄새가 난다. 차도 인적도 없는 길을 걷는다. 험한 물살에 지친 풀들이 누워있다. 미지의 숲을 걷는 설렘을 느꼈다. 당장이라도 곡괭이를 들고 콘크리트를 부수고 무겁게 짓눌려 있는 여린 땅을 얼굴을 보고 싶었다. 자연이 허락한 인간의 통제로 만들어진 무심천의 평온함 앞에 인간과 자연의 타협할 수 없는 경계를 생각한다.

나는 상상한다. 차 없는 무심천, 생태가 살아있는 무심천, 문화와 예술로 넘쳐나는 무심천을 상상하다. 지난주 충북작가회의에서 진행한 ‘무심천의 기억, 토크 콘서트’는 우리가 만들어야 할 무심천의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었다. 문학적 상상력과 노래를 통해 무심천의 의미와 소중함을 알리고 무심천이 청주 시민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자리였다. 곡괭이로 콘크리트를 부술 수는 없지만, 예술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을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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