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에는 오강이라고 해서 다섯 군데의 나루터가 있었다. 이 나루터에서는 각 지역에서 올라오는 물산들을 하역하고 보관하는 기능을 담당했다, 삼개는 한강 하류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여 강운과 해운의 중심지였다. 예로부터 한양의 대표적인 나루터 중 한곳으로 주로 삼남지방에서 오는 곡물을 풀어내려 보관하는 동시에 서해에서 올라오는 수산물이 풀어지는 곳이 삼개였다. 삼개나루는 한양에서 필요로 하는 농수산물은 물론이고 팔도 각지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물산들이 풀려나가는 곳이기도 했다. 따라서 삼개나루는 전국 각지의 배들이 몰려들어 실려 오는 물산들을 사고 파느라 여각과 객주가 번창한 곳이었다. 세 사람은 삼개나루의 강안 거리로 들어섰다. 삼개나루에서 그중 눈에 띄게 신기한 것은 지대가 낮아 강물이 범람하더라도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전들이 이층으로 지어졌다는 것이었다. 펄밭 같은 시커먼 장터에는 토산품을 파는 잡화전과 어물전이 밀집되어 있었고, 꼬불꼬불한 골목길에는 가가에서 팔려고 내놓은 자잘한 물건들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다.

“상갑이, 장사 잘되는가?”

유필주가 어물전 중 한 곳으로 들어가며 물었다.

물에서 나는 고기는 모두 모아놓은 듯 어물전에는 온갖 생선들이 없는 것 빼고는 모두 있었다. 북진에서 간절이에 건어물만 보아오던 최풍원과 봉화수는 바다에서 잡은 살아있는 고기까지 팔고 있는 어물전이 신기하기만 했다. 어물전에는 생전 처음 보는 고기가 수두룩했다.

“그저 밥이나 먹고사는 거지.”

유필주의 물음에 상갑이라는 어물전 주인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 사람 죽는 소리는 여전하군.”

“흰소리가 아니여! 그런데 바쁜 사람이 예까진 어쩐 일인가?”

상갑이가 전 밖에서 어물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이 유필주와 동행임을 눈치 채고 물었다.

“북진 최 행수가 왔네!”

“아이고, 최 행수! 오랜만입니다!”

상갑이가 전 밖으로 뛰어나가며 최풍원을 반갑게 맞았다.

“난전 때 봤으니 그렇구려.”

최풍원과 상갑이가 손을 맞잡은 채 전 안으로 들어갔다.

“참으로 큰 어물전을 가졌소이다?”

“부끄럽습니다.”

“최 행수, 저 사람 저래도 알짜요. 아무리 안 돼도 한 달 이삼천 냥은 벌꺼요.”

“이삼천 냥이나?”

최풍원은 놀랐다. 어물전이 크기도 했지만 어물만 팔아 한 달에 이삼천 냥이라면 대단한 매출이었다.

“이삼천 냥은 무슨…….”

상갑이가 어물거리며 대답을 회피했다.

“뭘 그러는가? 이번 내수사 조사 때 다 드러났다고 장안에 소문이 파다하던데.”

“부풀려진 것도 많다네.”

상갑이가 억울하다는 듯 푸념을 했다.

두어 달 전 삼개와 뚝섬 그리고 왕십리에 사는 어물전 객주들이 담합을 해서 서해에서 올라오는 배의 어물들을 몽땅 도거리 했다. 그리고는 가격을 올리기 위해 창고에 쌓아놓은 채 방출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도성 내 시전에서는 큰 혼란이 일어났다. 더구나 그 무렵 대궐에서는 큰 연회가 준비되고 있었다. 그런데 어물을 대던 육의전에 어물이 떨어지자 난리가 난 것은 당연했다. 어물 값이 치솟아도 도성에서는 조기 한 손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왕실의 물품을 수급하는 내수사에서 직접 나와 원인을 밝혀내고 어물전 객주들을 조사했더니 한 달 거래액이 이삼천 냥으로 오히려 대궐에 물산을 공급하는 육의전의 시전상인보다도 수입이 훨씬 높았다. 이런 사상도가의 독점은 애초에 미곡에만 집중되어 있었지만 이젠 어물뿐만이 아니라 미곡, 잡곡, 베, 재목과 땔감에 이르기까지 돈이 되는 물산들을 대상으로 모든 전에서 행해졌다.

시전상인들도 이런 사상도가들을 통제해 보려고 갖은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이미 이들은 거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단단한 상권을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 한양의 장마당은 나라에서 통제한다고 통제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나라의 통제를 벗어나 있었다. 그만큼 엄청난 물량이 한양의 장마당에서 거래되었다.

이러한 사상도가들이 주로 활동하는 지역은 서대문 밖 칠패와 동대문 밖 이현, 송파와 누원점, 그리고 한강변이었다. 이처럼 한양 주변에 사상도가가 발달한 이유는 이 지역들이 지방에서 도성으로 물산들이 모여드는 길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지역은 금난전권의 특권을 누리고 있던 육의전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행위가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이 지역들 중에서 도성 내의 시전상인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 곳은 한강변과 누원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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