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욱 청주상당도서관 사서]몸과 태어난 땅은 하나라는 뜻으로, 제 땅에서 산출(産出)된 것이라야 체질(體質)에 잘 맞는다는 뜻이 담긴 신토불이(身土不二), 그리고 본디부터 그곳에서 나는 것이라는 뜻의 토종(土種). 어린 시절을 벗어나 성인이 된 지금, 참 오랜만에 듣는 단어가 담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김송순 작가가 지은 ‘할머니의 씨앗주머니’라는 아동문학은 작가가 어릴 때 시골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자란 덕분에 시골 이야기를 좋아하고, 오리 농장을 한 덕분에 오리 이야기 또한 좋아하여 훗날 자연 속에서 생명이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집필했다고 한다.

교통사고로 ‘해리성기억상실증’에 걸린 엄마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주인공 송희 네는 외갓집이 있는 솔개울마을로 이사를 온다. 돌아가신 송희 외할머니는 씨앗 할머니로 불렸는데, 해마다 정성스레 토종 씨앗을 동네 사람들에게 나줘 주곤 했기 때문이다.

송희는 전학 간 학교에서 씨앗에 대한 조별 과제를 받게 되고, 같은 마을에 사는 풀잎, 동수와 한 조가 된다. 풀잎이네는 다문화 가정으로 풀잎의 아빠는 엄마의 어릴 적 친구이기도 하다. 동수의 아빠는 마을 이장으로 농사를 짓는데, 풀잎의 아빠는 토종 씨앗을 고집하며 동수의 아빠는 수확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개량종 씨앗을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고추 탄저병이 돌면서 심각한 피해를 겪게 되고, 여기서 토종 씨앗의 피해는 개량종 씨앗에 비해 적게 나타난다.

코로나19로 여유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책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수확량이 적은 토종 씨앗보다 인위적으로 손을 댄 개량종 씨앗을 선호하는 사람들.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밥상 또한 대부분 개량종이 차지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

시장이 세계적으로 개방되어 무조건 토종만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오랜 세월 우리 땅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종 씨앗의 존재를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의식주에서 식(食)의 근본은 아주 작은 씨앗에서 시작되는 만큼 우리 땅, 우리 기후에 맞는 토종 씨앗을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 씨앗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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