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이러한 사재기는 물건 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생산지에서 상품을 몽땅 매점하는 형태로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물가의 조작이 가능했다. 또한 예전의 단순한 매매차익을 보던 장사와는 달리 엄청난 이득을 남겼다. 장사가 이렇게 천지개벽을 하며 바뀌는 데도 한양의 육의전 상인들은 예전의 상술을 고집하며 지방 상인이나 소상인들 그리고 소상품생산업자가 가져오는 물산을 중간에서 매입하는 선매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니 시전상인들은 한낱 뱃삯이나 얻어먹으며 운송업자에 불과했던 경강상인들에게 점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재기는 물건 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생산지에서 상품을 몽땅 매점하는 형태로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물가의 조작이 가능했다. 또한 예전의 단순한 매매차익을 보던 장사와는 달리 엄청난 이득을 남겼다. 장사가 이렇게 천지개벽을 하며 바뀌는 데도 한양의 육의전 상인들은 예전의 상술을 고집하며 지방 상인이나 소상인들 그리고 소상품생산업자가 가져오는 물산을 중간에서 매입하는 선매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니 시전상인들은 한낱 뱃삯이나 얻어먹으며 운송업자에 불과했던 경강상인들에게 점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까지 북진여각 최풍원의 장사 방법도 한양의 시전 상인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청풍관아에 공물을 대주고 그 대가로 난장의 독점권과 인근의 세곡 운송권을 불하받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경강상인들의 막대한 자본과 뒷배 앞에서는 용도 쓰지 못하고 하루아침 땟거리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최풍원은 지난 난장에서 절실하게 통감했다. 최풍원은 이번 한양 나들이에서 봉화수와 함께 도성 안팎의 장터를 샅샅이 살펴볼 생각이었다.

최풍원과 봉화수가 북진여각의 조운선단 중 첫배를 타고 한양의 용산창에 도착을 한 것은 그로부터 닷새가 지난 후였다. 역시 한양은 도성답게 나루의 규모부터 컸다. 더구나 전국 팔도의 모든 세곡이 하역되어 도성의 경창으로 옮겨지는 길목인 용산나루의 그 번잡함은 뭐라 형언할 수조차 어려웠다. 길마를 지운 수많은 마소들과 곡물 가마를 실은 수많은 수레 행렬, 나뭇짐을 실은 황소, 소금을 실은 나귀, 물통을 져 나르는 물장수들로 거리는 가득했다.

“화수야! 우선 칠패로 가서 유필주를 만나보자.”

칠패는 마포와 서강을 통해 들어오는 곡물과 어물들이 집산되는 서소문 밖 장마당이었다. 일단 칠패장에 모인 물건들은 서소문을 통해 성안으로 들어갔다. 파루종이 울리면 이때부터 사대문이 열리고 사람들의 통행이 시작되는 데, 이에 앞서 열리는 칠패장의 새벽은 그 혼잡함이 대단했다. 유필주는 그곳에서 곡물전을 운영하고 있었다.

“최 대행수! 반갑소이다!”

유필주가 최풍원을 보자 반색을 하며 반겼다.

“유 선주! 그동안 어찌 지내셨소이까?”

“덕분에 잘 지내고 있소이다.”

유필주가 최풍원을 곡물전 안으로 이끌었다. 곡물전은 바깥에서 보기보다 안으로 들어서니 훨씬 더 번듯하게 곡물들이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자네, 인사 여쭙게.”

“먼길 오느라 고생이 작심했겠네. 우린 이미 구면 아닌가?”

최풍원이 옆에 서 있던 봉화수를 보고 유필주에게 인사할 것을 권하자 유필주가 먼저 선수를 쳤다.

“선주 어른! 그간 별고 없으셨는지요?”

그제야 봉화수가 인사를 했다.

“대행수! 내, 경상들을 통해 북진여각에서 큰일한 것을 듣고 있었네. 참으로 대단허이!”

“남사스럽네. 한양의 경상들에 비하면 비린내 나지 않겠는가?”

최풍원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여기서도 일이 있을 때마다 도가 계원들끼리 배를 한데 모으니 그렇지, 한양에서도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배를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네.”

“마찬가지 아닌가?. 그게 어디 내 배인가? 북진여각 객주들 배지!”

“그래, 이번 한양 길이 그저 나들이 삼아 온 건 아닐테고?”

“실은 한양 곳곳을 살펴보고 전을 하나 낼까 해서 겸사겸사 왔다네.”

“전을?”

“그렇다네. 이젠 바꿈이 장사만으로는 북진여각을 끌고 나갈 수 없을 것 같네!”

“그럴테지. 여기도 전에 마냥 앉아서 오는 사람만 상대로 장사를 하던 사람들은 그저 명맥 유지만 하고 있다네. 그것도 아직까지 그런 것인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네. 하루가 무섭게 세상이 변하니 장사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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