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싸움의 상책은 공격이 우선이다. 결코 방어로는 적을 이길 수 없다. 공격할 때는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철저하게 적의 기세를 꺾어버려야 한다. 조금의 불씨라도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다시는 적이 덤벼들지 않는다.

기원전 9년, 고구려 제2대 유리명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말했다.

“몽골 지역의 선비(鮮卑)족이 우리 국경을 쳐들어와 노략질을 일삼고 있으니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놈들은 자신들의 험준한 지세를 이용하여 이로우면 나타나고 불리하면 도망가니 어찌하면 좋겠는가? 누가 이놈들을 쳐부수어 복종하게 만든다면 내가 큰 상을 내리겠다.”

그러자 이전부터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부분노 장군이 나와 아뢰었다.

“선비족의 땅은 험하여 그곳 유민들이나 병사들은 성격이 포학하고 싸움에 아주 용맹합니다. 그러니 우리 군대가 힘으로 싸워서 그들을 이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비족들은 미개하고 어리석어서 우리가 계책을 세워 싸운다면 손쉽게 굴복시킬 수 있습니다.”

이에 유리명왕이 반색을 하고 물었다.

“그래, 그 계책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냐?”

부분노가 대답했다.

“선비족 성 안으로 간첩을 보내 거짓 정보를 흘리는 겁니다. 고구려 병사들은 연약하고 겁이 많아 함부로 선비족을 공격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우리를 얕잡아보고 수비를 게을리 할 것입니다. 그 틈에 군대를 이끌고 적의 도성으로 몰래 쳐들어가는 겁니다. 우리의 날랜 정예군은 적의 도성 부근에 매복해두고 다른 병사들은 선비족의 도성을 공격하는 겁니다. 그러면 선비족들은 우리를 우습게 여겨 곧바로 성문을 열고 달려 나와 대적할 것입니다. 그 틈에 정예군이 적의 성을 점령하면 선비족은 앞뒤로 갇혀 협공을 당하니 항복하고 말 것입니다.”

유리명왕은 부분노의 이 계책에 따라 곧 바로 간첩을 파견해 거짓 정보를 흘렸다. 그리고 얼마 후 군대 출정을 명했다. 선비족은 역시 고구려 군대를 우습게 여겨 성문을 열고 달려 나왔다. 하지만 매복해 있던 고구려 정예군이 기습 공격하여 성을 함락시키자 선비족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대패하고 말았다. 이로써 고구려는 선비족을 속국으로 삼았고 국경지대의 약탈행위를 근절하였다. 북쪽의 선비족이 정리되자 이후 고구려는 서쪽으로 전진하여 위대한 제국을 건설하게 되었다.

연막전술(煙幕戰術)이란 적이 볼 수 없도록 연기를 피워 공격하는 전술을 말한다. 교묘하고 능청스러운 수단으로 상대방이 갈피를 못 잡게 하여 기선을 잡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싸움에서 머리 나쁜 놈은 아무리 힘이 세도 머리 좋은 놈을 이길 수 없다. 그것은 바로 전략 때문이다. 자신의 강점으로 상대의 단점을 공격하는 전략이 상책이고 자신의 단점으로 상대의 강점을 공격하는 것이 하책이다. 요즘은 근력과 힘을 키우는 헬스 운동이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물론 그만한 운동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단단한 몸매를 만드는 것만큼 인생의 교훈이나 삶의 지혜도 배운다면 무척 좋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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