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장편동화 ‘안녕, 베트남’ ‘조직의 쓴맛’ 등을 쓴 심진규 동화작가가 이번에는 신분을 뛰어넘어 왕의 호위무사 자리에 오른 조선 최고의 사냥꾼이야기 ‘강을 건너는 아이’(천개의 바람/ 1만2천원)를 출간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동화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심 작가는 201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401호 욕할매’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두 편의 장편동화와 단편동화집 ‘아빠는 캠핑 중’을 출간했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강을 건너는 아이’는 신분 제약이 엄격했던 조선시대, 천한 백정의 아들로 태어난 장쇠가 스스로의 능력으로 왕의 호위무사에 오르기까지 일대기가 펼쳐지는 성장소설이다.

나라에서는 늙은 소를 제외한 소의 도살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먹고 살기가 어려웠던 장쇠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남몰래 소를 도축했다. 그 사건이 들통 나 야반도주를 해야만 했다. 도망자 신세로 살아가던 중에 부모가 잡혀가게 되고, 어린 장쇠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산속으로 간다. 그곳에서 아버지의 동무였던 육손과 그의 딸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다부진 체격에 힘이 넘쳤던 장쇠는 여느 천민들처럼 굽혀 살고 싶지 않았다. 용맹하고 호기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호랑이를 잡는 사냥꾼, 더 나아가 나라의 녹을 먹는 착호갑사가 되면, 그리 될 수 있지 않을까 꿈을 꿨다.

장쇠는 틈만 나면 활 쏘는 연습을 했다. 어느덧 장골의 사내가 되었다. 어느 날 어린 단종 임금의 숙부인 병판대감이 호랑이 사냥을 나선다는 소식이 들렸다. 유능한 사냥꾼인 육손을 데려가기 위해 관군들이 찾아온다. 그러나 이미 한 차례 징집돼 몸을 다쳤던 육손, 그를 대신해 장쇠는 호랑이 몰이꾼으로 자원한다. 병판대감과 함께 호랑이 사냥을 나서게 된 장쇠. 과연 그는 여기서 자신의 힘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꿈꾸던 착호갑사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꿈조차 제 뜻대로 꿀 수 없었던 백정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조선 시대, 백정은 갓을 쓸 수 없고, 여자는 저고리에 검은 표시를 해야 했다. 결혼할 때는 가마를 못 탔고, 죽어서도 상여를 못 탔다. 천민이라는 신분에 갇혀 억울함을 당해도 그것이 억울한 일인지를 몰랐던 사람들.

‘강을 건너는 아이’는 천민이 어리석은 게 아니라, 어리석도록 만들어진 것임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배움의 기회가 있고, 무엇이든 꿈꿀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일깨워 준다.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장쇠보다 더 큰 꿈을 꾸고 나아가라고 독려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천민 장쇠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신분이기에 자칫 우울한 배경이 이어질 것 같지만,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듯 이야기는 긴장감 속에 웃음꽃이 여기저기 심어져 있다. 

장쇠는 여러 캐릭터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그들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우정을 쌓는 모습을 보면, 그때까지의 긴장감이 완화되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작품 속에서는 양반, 천민 할 것 없이 사람은 누구나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위트 있는 대사를 통해 나의 친구, 나의 이웃이 내 삶을 풍요롭고, 나를 사람답게 만들어 준다는 걸 깨닫게 만든다.

 심진규 작가는 “이 땅의 주인은 백성이인데 그 백성을 힘으로 억누른 사람들이 있다. 소외되고 잊혀 졌지만 이 땅의 진짜 주인인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러다 장쇠를 만났다”며 “동화에 나오는 임금이나 양반이 아닌 장쇠의 삶을 엿보고 싶었다. 7년 동안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이야기가 글이 됐다”고 말했다.

이미지에 친숙한 아이들을 위해 이야기에 강렬함을 더한 장선환 작가의 삽화도 볼거리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천민들의 이야기가 선 굵으면서도 함축된 그림으로 표현됐다. 분홍, 노랑, 파랑 등의 색으로 가득 채워진 배경 위에 주요 인물이 부각된 단순한 형태의 그림은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 구조를 독자들이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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