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충청매일] 2020년은 예술인들에게 최악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19사태에도 불구하고 예술은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왔다. 예술은 현재성의 나와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했으며, 세상을 변화시켰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처럼, 예술은 화해와 평화의 전도사이기도 하다. 예술은 인종을 뛰어넘고 이념을 뛰어넘어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예술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다양한 행사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한번도 예술이, 예술가가 정당한 대접을 받거나 권리를 부여받은 적이 없었다.

예술과 예술가의 행위 자체는 산림의 가치를 추정치로 환산하듯 경제적으로 계산하기 어렵다. 예술의 가치, 예술가의 임금 산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예술가마다, 예술품마다 천차만별이어서 공무원임금표처럼 규정하기 어려운 것이 예술이기도 하다. 대중연예활동을 하는 가수나 배우 등의 경우 자신의 가치는 시장경제체계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반면, 지역 예술가는 그렇지 못하다. 같은 무대, 같은 시간 공연을 할 경우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보다 출연료가 10배 이상 차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중성 여부가 예술가의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인 셈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에 대한 가치는 우리 스스로 높여야 한다. 그러나 문화예술 종사자나 기획자 스스로 그 가치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누가 지역에서 예술 활동을 하겠는가. 빈 껍데기만 요란한 빈 수레를 끌고 이리저리 다닌다고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외부의 시선은 언제나 정확한 법이다. 청주의 예술은 과연 어느 수준인지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지역의 예술은 지역 예술인의 활동에 따라 달라진다.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과 예술인을 선발하여 전국에서 우열을 가린다고 해보자. 과연, 청주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예술은 예술가의 직관과 감성을 통한 창작을 보여주고 사람들에게 감동과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그러므로 예술가는 예술가다워야 한다. 예술가다운 것의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최근 지역에서 일어나는 예술계의 행태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우리 스스로 반성하고 나는 예술가인가 스스로 물어보자. 예술가는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항상 현재를 올바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하며,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진취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현재의 예술이 미래로 연결되고 고전이 되고 역사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예술은 먹고 살아야 하는 삶의 투쟁 속에 놓여있다. 지역에서 전업예술가로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주변을 돌아보면 알 수 있다. 관이나 재단의 보조금이나 기금 사업을 통한 활동 외에 창작의 과정에 필요한 경비는 몸으로 때우기 정신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지역 스스로 지역 예술가를 외면하는 현실에서 지역 예술의 발전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예술가를 로비스트로 만들고 있는 현실 속에서 낭만과 열정을 가진 예술가가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딴따라가 돼야만 하는 예술이 계속되는 한 청주의 예술은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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