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북진나루 언덕배기에 만들어진 작업장은 난장판 같았다. 일꾼들은 각자 자신들이 맡은 몫을 하느라 노닥거릴 겨를도 없었다. 그 사이를 두 노인들이 오가며 이래저래 지시를 했다.

“이 사람들아, 척도를 정확하게 재서 송판을 켜야지 눈대중으로 대충대충 나무를 자르니까 배 모양새가 제각각인 게여! 제 치가 나오지 않는 재목은 이어 붙이지 말고 버려!”

우복술 노인이 작업장 곳곳을 돌아치며 목수들에게 잔소리를 해댔다. 그러나 목수들은 좀처럼 말을 들어먹지 않았다.

대부분의 목수들은 척도를 쓰지 않고 이제까지 해오던 습성대로 눈어림으로 일을 했다. 자를 대고 표시를 하고 먹통에서 먹줄을 퉁겨 금을 긋고 하는 것이 귀찮아서였다. 그렇게 하다 보니 가공한 목재의 크기와 두께가 일정하지 않아서 재목에 따라 배 모양이 제각각이었다. 어떤 배는 바닥은 짧으면서 뱃전은 길고, 또 바닥은 좁은데 들보는 넓으며, 혹은 몸체는 작으면서 키는 길고, 몸체는 크면서 돛대는 짧았다. 따라서 머리와 꼬리가 서로 맞지 않아 키를 틀어도 뱃머리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거나 돛을 펼쳐도 뱃머리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 배들은 동네에서 나루터나 건너다닐 거룻배가 아녀. 수백 리 한양 물길을 다닐 장삿배란 말여. 정신들 똑바로 차리고 일들 해!”

차대길 노인도 쉬지 않고 작업장을 돌며 목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폈다.

“배는 혼자 만드는 게 아녀. 각기 맡은 부분을 제대로 해야만 나중에 거퍼 손이 안 가고 힘도 덜 드는 게여. 그러니 애초에 빈틈없이 혀!”

배는 많은 부속품들을 한데 잇거나 붙여서 만드는 복잡한 공정이었다. 더구나 장사를 하는 사선은 많은 짐을 실어야 했기에 우선 규모면에서 여타의 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컸다.  그만큼 품과 거금이 들어가는 그런 일이었다. 그래서 사선 건조는 강 하류의 큰 나루나 한양 인근 나루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강가에서 고기 잡는 쪽배나 강 건너 마을을 오가는 거룻배만 만들던 청풍 인근 목수들은 처음 만들어보는 장삿배도 동네 배 만들 듯 하려했다. 차대길 노인은 목수들의 그런 습성을 잡아내며 질타했다.

“이 사람들 강가에서 쪽배만 만들다 최 행수 덕에 기술 많이 늘겠다.”

“그게 어째 제 덕입니까요? 두 어르신들 덕이지요!”

두 노인이 목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최풍원이 작업장에 나타났다.

“어르신들, 별 문제는 없습니까?”

“씀새에 따라 재목을 선별할 눈 밝은 사람이 지금보담 배는 더 있었으면 좋을 듯허이.”

“배나요?”

“배무이 작업을 한 척씩 하는 것보다 배에 소용되는 목재를 골라 한꺼번에 전부 만들어놓고 순서에 따라 돌아가며 작업을 하면 훨씬 일손이 줄어들 게 아닌가? 배무이꾼들은 각자 맡은 부분만 맡아 맞추면 되니 손에 익어 빨리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공기도 짧아질 게 아니겠는가?”

우복술 노인이 최풍원에게 작업할 일꾼들의 증원을 요구했다.

“그건 이 사람 말이 백 번 옳으이! 배야 한 척씩 만들다보니 그리 할 필요 없었겠지만, 마차는 한꺼번에 서너 대를 만들 때도 있었다네. 그러면 마차 바닥 목재를 먼저 켜놓고, 축을 짜놓고, 손잡이를 맹글어놓고, 바퀴 굴렁쇠를 짜고, 바퀴살을 한꺼번에 몽땅 짜놓고 일을 하면 시간은 말할 것도 없이 힘도 들 들고 돈도 엄청 줄어들지.”

차대길 노인도 우복술 노인의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했다.

“이미 남한강 일대 배무이꾼들은 모두 여기에 와 있고, 어디서 사람을 또 구한단 말입니까? 그것도 배나 되는 사람들을…….”

최풍원도 그들의 이야기에 동조했지만, 문제는 인부였다. 막일이야 힘 좋은 사람을 아무나 데려다 써도 무방하지만 배 만드는 일은 경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면 내년 세곡은 물 건너갔네. 배가 지어지지 않았는데 뭘루 옮기겠는가?”

그건 그랬다. 배가 없으면 민강 목사가 세곡권을 준다 해도 말짱 헛일이었다. 가흥창 세곡은 내년 사월까지 한양의 경창까지 옮겨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런 식의 작업으로 스무 척은 고사하고 그 절반도 만들기 힘들었다.

“장인어른, 가흥창 조군들을 빌려 쓰심이 어떠할는지요? 지난번 군선 개삭한 경험도 있고 하니.”

노인들과 최풍원이 하고 있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봉화수가 말했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 충주목사와 상의해 군포를 대신 내주더라도 조군들을 데려오겠습니다.”

최풍원이 우복술 노인에게 약조를 하고 작업장을 나갔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