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는 인간의 유형을 ‘햄릿형’과 ‘돈키호테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햄릿형은 너무 신중하여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다가 낭패를 당하는 유형이다. 셰익스피어 소설 햄릿의 주인공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면서 작은 일도 삶의 근본적인 것처럼 생각하여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한다. 돈키호테형은 자기의 생각을 최고 가치로 생각하면서 망설임 없이 보고 느낀 대로 저돌적으로 행동하는 유형이다. 돈키호테는 풍차를 거인이 아니라고 하는 산초를 나무라면서 풍차를 향하여 돌진한다. 이 두 극단적인 유형의 사람을 보는 주변 사람은 항상 걱정스럽다.

논란이 많은 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현직 대통령과 경선에서 당선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지만, 득표수에서 이를 뒤집지는 못할 것이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은 투르게네프의 인간형에 비유한다면 돈키호테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 경선 시절부터 기행과 막말로 관심을 끌었고, 당선된 뒤에도 관례를 지키지 않는 파격 행보를 지속했다.

현직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 가족을 백악관에 초청해 전임 대통령 부부의 초상화를 공개하는 40여 년의 전통을 지키지 않았고, 최종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전 투표에서 진 후보가 당선인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는 120여 년의 승복 전통을 깨고 있다. 언론이 바이든의 승리를 확정하여 전하는 시간에는 골프를 치고, 집권 초부터 딸과 사위를 백악관 고문으로 임명하고, 개인별장을 공적으로 활용하고 비용을 지급하고, 자신의 비리를 캐려는 검찰을 대통령 권한으로 막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고도 무단 외출, 조기 퇴원을 감행하였다.

이런 돈키호테 트럼프에 대하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지지 연설에서 “바이든을 선택하면 트럼프의 ‘미친 소리(crazy things)’를 매일 들을 필요가 없어 우리 모두를 이렇게 피곤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트럼프의 돈키호테적 행동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지만, 그가 TV 쇼 진행자 시절 유행시킨 ‘당신은 해고야!((You are fired!)’는 부메랑이 되어 트럼프를 해고시키고 있다. 그가 무시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를 좌절시켰고, 2015년 경선에서 고인이 된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한 막말은 공화당 텃밭인 애리조나를 민주당에 넘겨서 트럼프를 무너뜨리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돈키호테형은 때로 용장(勇將)이 되어 추종자를 이끌지만, 독단, 무모함으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서 사람들의 삶에 길잡이 역할을 하지 못한다. 지도자는 존재감이 없이 생각만 하는 햄릿도, 트럼프처럼 좌충우돌하는 돈키호테도 아닌 이성과 감정, 사유와 행동, 객관과 주관, 적과 아군을 아우르는 중용의 인간형을 요구한다. 미국 민주주의는 이번 선거에서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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