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지난 3일(현지시각) 끝나고도 승자에게 패자가 승복하는 지난 선거 때와는 다르게 현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가 패배한 곳에 대해 무더기 소송을 제기하며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며 세계 강대국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4년마다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주요 정당에서 정당별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사전 단계, 유권자들이 주별로 정당별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단계, 그리고 선거인단이 대통령 선출 투표를 하는 단계로 이뤄진다.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해야 사실상 매직넘버를 차지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선거전부터 미국의 대다수 여론조사 업체들마저 선벨트라 불리는 플로리다, 애리조나, 그리고 노스캐롤라이나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러스트벨트에 대해 경합주로 분류하면서 개표 95%가 넘어서야 승패가 갈리는 현상이 나타나자 이에 불복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기고 있었는데 마술처럼 승리가 사라졌다”는 핑계를 이유로 무더기 소송을 제기하며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미국 대통령으로써 국민들의 선택에 반기를 들고 자신의 패배에 승복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을 보며 지난 4년 동안 한 나라의 최고 통지자로, 아니 세계 강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써 트럼프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에 혼란을 얼마나 초래했던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미국의 양분화된 표심을 보면 트럼프는 지지층만 의식해 미국을 분열로 몰고 간 선거전략으로 결국 바이든의 승리가 아닌 트럼프의 패배이고 공화당의 패배가 아닌 트럼프의 패배라는 말아 나올 정도다. 트럼프의 이 같은 분열조장 선거전략은 선거가 국민통합이 아니라 자칫하면 국민분열을 조장하는 단초가 될 우려가 돼 버렸다.

이처럼 격렬하면서도 대등하게 나뉘어진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은 어떤 지도자에게도 거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의식하듯 승리를 굳혀가는 바이든 당선자는 “우리는 적이 아니다. 단결하고 치유하며, 하나의 국가로 뭉쳐야 한다”며 통합메시지를 발표하며 차기 대통령으로써의 이미지 작업에 돌입했다.

트럼프의 이번 패배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국제협약과 질서를 무시해온 ‘돈키호테형 지도자’라는 평에서 아마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도 은근 바이든의 승리를 기대했을 정도다.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코로나19라는 상황을 대처하면서도 국민불안을 조장하며 감염 예방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마스크를 내던지고 국민들을 불안케 할 정도의 럭비공 스타일의 트럼프 쑈 타임(보여주기 식 정치)은 결국 자신이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자기 덫에 걸린 상황이 되고 말았다.

바이든 시대의 개막은 트럼프 대통령 4년의 과속과 일탈을 끝내고 정상으로 복귀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열과 갈등의 치유를 내건 바이든 정책은 ‘트럼프 정책만 아니면 뭐든(Anything But Trump)’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다. 당장 국내적으로는 트럼프식 차별과 배제가 아닌 포용과 통합이라는 미국적 정신의 회복을 위한 전면적 정책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야 한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며 국제기구와 협약을 무시하고 동맹관계마저 주판알을 튕기며 따졌던 트럼프는 가고 이제 규범과 가치를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노선으로 복귀하면서 글로벌리더로서 미국 차기 대통령의 움직임에 미리미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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