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필
충북도 안전정책과장

[충청매일] 서울은 조선왕조가 건국된 이래 620여년 동안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중핵기능을 도맡아온 장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복잡하고도 거대한 도시이다.

세계 최고의 자식 교육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랫동안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격언을 금과옥조로 신봉하며 살아온 결과, 전 국민의 50% 이상이 국토의 11.8%에 해당하는 수도권에서 북적대며 살아가고 있다.

산업화가 시작된 70년대 이래 수도권으로의 쏠림은 급격하게 진행되었고 인구,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지방과의 차이는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올해 3, 4월 수도권으로 이동한 인구 중 76%가 20대 청년들이라고 밝혔다. 지방은 더욱 늙어만 가고 소멸의 위기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제2의 도시인 부산마저도 소멸의 공포상황에 처해 있다. 기업 순위 1천개 중 76%의 기업이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고, 신용카드 82%가 수도권에서 사용되고 있다. 수도권에 응집된 인구가 자본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결과이다.

삶의 수준을 가늠하는 의료서비스도 불균형이 심각하다. 서동용 국회의원이 지난달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 국립대병원은 의사의 정원도 못 채우는 상황으로, 충북대병원은 전공의가 정원에서 20.3%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양질의 보건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치료 가능한 사망률’은 서울 40.4명(인구 10만명 당 치료가능 사망), 충북 53.6명으로 충북이 서울에 비해 1.3배 높았다. 타 지방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심각한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가? 해결 논리와 실천적 방안은 단순하다. 수도권 빨대 기능을 약화시키고 초밀집량에서 초과된 분량만 지방으로 이전시키면 된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은 최적의 상태에서 집적이익이 발생되어 더욱 세련된 세계적 경제, 문화도시로 변모해가고 지방은 부족한 생산요소의 보충으로 도처에서 활력이 생겨 수도권과 지방이 큰 시너지를 내게 된다. 이것이 행정수도 이전의 궁극적 목표이다. 혹자는 세종의 행정수도 이전을 서울의 부동산 폭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꼼수로 폄하하며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한다. 진정으로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면 세종시에 기업을 많이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업 유치의 명제는 맞지만, 선후가 틀렸다. 목장에 말을 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초지와 물을 확보해야 한다. 사실, 오래전부터 모든 지자체가 사활을 걸고 기업 유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 열악한 여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경제 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기업 이전이 아닌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해 국가가 결단 할 수 있는 행정기능을 먼저 옮기는 것이 순리다. 행정기능의 세종 이전은 수도권 쏠림에 균형을 잡아 주고 초 과밀분을 지방으로 배분하여 전 국토에 활기를 불어넣게 될 것이다

다만, 지금의 세종시는 도시구조가 협소하여 정부 기능을 세종시 한 곳에만 집중시킨다면 또 다른 과밀수도를 만드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일찍 내려와 자리 잡고 있는 대전 3청사, 청주 오송 보건복지 행정타운과 세종시를 어떻게 조화롭게 묶어 중부 광역 행정수도로 조성해 나가야 하는 과제에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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