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
건양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충청매일] 올해는 예비군이 창설된 지 52주년이 되는 해이다. 예비군은 1968년 4월 1일 대전 공설운동장에서 창설된 이후 제대로 된 복장과 무기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현역과 함께 89회에 걸쳐 연인원 456만명이 참가해 간첩 및 무장공비를 85명 사살하고 14명을 생포하는 등 눈부신 활약상을 보여 주었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제적으로 다시 기지개를 펴나가는 과정에서 산업현장의 든든한 역군으로 땀을 흘렸으며, 각종 재해재난으로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마치 자신의 일 처럼 다가가 큰 힘이 돼주었다. 그야말로 예비군은 우리나라에 있어 산소 같은 존재이다.

이러한 예비군의 역할이 병력감축과 안보환경의 변화로 인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출산율의 저하 현상으로 갈수록 현역자원이 부족해지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과 동북아의 안보 상황이 더욱 불확실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비군의 역할을 갈수록 더욱 중요 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국방부 차원에서도 국방개혁 2.0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비전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나름대로 예비전력분야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제시된 예비전력 강화를 위한 비전을 살펴보면 정말 빈약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도 예비전력 예산을 살펴보면 금년도 기준 2천500여억원 정도로 전체 국방비 예산 50조5천억원의 0.4% 수준에 불과하다. 이 예산은 예비군 1인당 운영관리비가 연간 5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말이 된다. 예비전력 예산 규모를 좀 더 현실감 있게 표현하면 전투기 1대 값 정도의 예산으로 275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예비군을 유지한다는 말이 된다. 국방에 대한 정부와 국민적 관심 속에 현재 병장 기준 월 봉급이 50만원이 넘어섰다. 예비군은 평상시에는 현역신분은 아니지만 훈련을 위해 소집되거나 유사시 동원되면 현역과 동일한 신분이 된다. 그리고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전쟁 억제의 가장 큰 힘이다. 그러한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상비전력의 보조수단 또는 예비타이어라는 인식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이제 이 땅에 예비군이 창설된 지도 장년의 나이가 지났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예비군의 역할은 가면 갈수록 더욱 중요 시 될 것이다. 우리들은 예비군들을 단순히 의무복무를 마친 일반 사회인이라고 보아서는 안된다. 예비군은 우선 의무복무를 성실하게 수행한 역전의 용사들이다. 그리고 국가가 어려움에 처하면 언제든 달려올 준비를 하고 있는 국가안보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발발해서는 안되겠지만 만약 6·25전쟁과 같은 전쟁이 또다시 발발하게 될 경우에 상비전력으로도 적의 도발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제부터라도 예비군의 존재적 가치와 예비전력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바탕으로 상비전력과 동일한 수준의 예산 배정은 아니더라도 현역과 동일한 수준의 복장과 무기, 장비만이라도 갖출 수 있는 예산 배정이 반드시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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