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일본의 대표적 조직학자이면서 고이즈미 내각에서 특별 고문 역할을 하였던 사카이야 다이치는 조직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으로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 첫 번째로 이익사회인 기능체가 공동사회처럼 되거나 공동사회가 이익사회처럼 되는 것을 들고 있다. 두 번째는 공룡이 환경에 너무 적응하다가 멸종된 것처럼 과도한 환경 적응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 세 번째는 성공 체험에 매몰되어 변화를 추구하지 못할 경우를 들고 있다.

이익사회인 기능체는 국가나 기업과 같이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된 사회이고, 공동사회는 동문회나 동호회와 같이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조직된 사회이다. 인간의 합리적 이성에 의해 만든 이익사회가 종종 특정 구성원의 공동사회의 장이 된다. 공익이나 이윤추구를 위해 구성된 이익사회로서 국가가 공동사회화가 되어 관련 구성원의 행복 추구의 수단이 되면, 관직을 전리품으로 생각하여 서로 나누어 먹게 되고, 그 결과 무능한 사람이 승진하고 임명되는 피터의 법칙이 작용하여 리더십의 붕괴를 가져오게 된다.

또한, 이익사회가 공동체화되면, 정보의 내부 은닉을 가져와서 폐쇄적 조직이 되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한 조사 연구에 의하면 변화에 가장 둔감한 기업으로 가족 경영을 이야기한다. 가족 경영은 대표적인 이익사회의 공동사회화 사례이다. 가족경영은 전문 경영인이나 외부인에 의한 변화나 혁신이 자기 공동체를 파괴할 것으로 생각하여 변화에 저항한다. 변화하지 못하는 기업은 망하게 된다.

사진 산업에 대표적 주자였던 코닥은 필름산업에 집중하다가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하나의 환경에 과도하게 적응한 조직은 쉽게 다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 기존의 틀과 문화에 적응한 세력이 변화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많은 조직이 너무 쉽게 샴페인을 터뜨려서 사양길에 접어들고 사라진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이는 로또에 당첨된 사람의 인생이 불행한 결과로 마무리되는 것과 같다. 조직은 개인보다 성공에 더 쉽게 취한다. 조직이 성공에 매몰되면 그들의 판단은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여 새로운 가능성이나 가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금 신문과 각종 매체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볼거리 가운데 가장 재미있다고 하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한편에서는 정치가 검찰을 통제한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검찰이 정치화되었다고 한다. 검찰개혁이란 명분을 가진 그 갈등을 보면 서로의 공동사회가 조직을 죽이는 것이다. 두 논리 모두 고착된 과거에 집중하여 새로운 사회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한편은 촛불 승리의 축배에 취해 있는 듯하다. 이 갈등이 계속될수록 두 조직이 죽음에 이르는 길은 더 넓어질 뿐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