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with) 코로나시대…최전선에서 싸우다

코로나19 선별진료를 위해 방호복을 착용한 김주호 관리의사.
코로나19 선별진료를 위해 방호복을 착용한 김주호 관리의사.

 

모두 힘든 상황…여유 갖고 방역수칙 꼭 지켜달라

입고 벗기 힘든 레벨D 방호복…무더위 속 땀 줄줄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시기·화장실 가기도 어려워

퇴원하며 전해준 감사편지가 피로 회복제 역할

가족들 감염 걱정·식사 거르고 잠 못 자기 일쑤

장기 투병 외로움·생계 걱정 불만, 의료진에 불똥

지역·권역별 전문병원 설립해 대응 역량 강화해야

[충청매일 진재석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매일 아침 일기예보와 함께 지역 내 확진자 수를 확인하게 만들었고 마스크 없이는 외출을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일상을 가져왔다. 매일 전국 곳곳에서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 속 충북은 해외 유입을 제외하면 추가 확진자가 손에 꼽힐 만큼 선방하고 있다. 도민의 자발적 방역 활동이 지역 내 확진자를 억제한 하나의 요인이겠지만 방역 현장 최전선에서 숨은 노력을 한 이들의 역할도 크다. 충청매일은 창간 21주년을 맞아 충북 도내 코로나19 현황과 치료 및 방역 현장에 있던 주역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 치료 및 방역 현장의 목소리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 힘들고 더운 한 해였습니다.”

충북 청주 상당보건소에서 근무하는 김주호 관리의사에게 올해는 유난히 남다른 한해였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 속 선별진료소 업무에 투입된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상당보건소에선 바이러스 발병 초기인 2월과 3월을 거쳐 외국인 집단감염과 광화문 집회 참가자에 의한 연쇄 감염이 이어진 8월과 9월에는 하루 200~300건에 달하는 검사가 이뤄졌다.

많은 검사 수에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올해는 더위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고 김 관리의사는 전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착용할 수밖에 없는 레벨D 방호복은 그를 소식하게 만들었고, 시원한 물 한 모금도 먹기 어렵게 만들었다.

김 관리의사는 “방호복 입고 벗는데 드는 시간은 15분”이라며 “덥고 땀도 많이 흘려 수분을 보충해야 하는데도 화장실 가기 힘들어 그냥 참았죠”라며 말했다.

상당보건소는 도내 해외입국자 검사까지 하는 진료소다보니 타 보건소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검사가 이뤄졌다. 그나마 최근에는 지역 확진자 발생이 안정세에 들어서 상황이 조금은 나아졌다는 게 김 관리의사의 설명이다.

그는 현장에서의 일부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김 관리의사는 “해외 입국자의 경우 외국인 대다수인데 의사소통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영어면 그래도 좀 괜찮은데 중국어, 러시아어 등은 전혀 몰라 손짓 발짓 또는 구글이나 네이버 번역기로 단어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검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올해는 감염우려와 바쁜 일상 탓에 가족을 찾아가지 못했다는 그는 “코로나로 다들 힘들고 우울한 상황이어도 모두가 여유를 갖고 방역 수칙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충북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청주의료원에서 근무하는 김근순 간호사는 “환자분들의 퇴원할 때 쓰고 가신 감사편지를 볼 때 그간의 스트레스와 피로가 한번에 풀렸다”며 충청매일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김 간호사는 지난 3월 1일부터 현재까지 8개월이 넘도록 코로나19 최일선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병동 근무 초기에는 가족 간 감염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김 간호사는 “어린 자녀를 둔 간호사를 중심으로 모두가 이런 걱정을 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청주의료원 간호사들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병원에서 숙식하며 밀려드는 환자들을 돌봤다.

하루 12시간 이상 검체 채취, 환자 치료에 몰두하느라 식사를 건너뛰거나 잠도 제대로 못 자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보다 힘든 건 정신·심리적 스트레스였다고 한다. 김 간호사는 “입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환자들이 정서적으로 예민해진다”며 “일부 환자분은 코로나 재검사를 요구하시기도 했고 생업을 뒤로하고 입원하신 분들은 생계 문제로 답답해 하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불만이 간호사들한테 향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19 환자들이 격리병실에서 투병하는 동안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린다고 전했다.

김 간호사는 “병마와 싸우는 것 외에 가족을 볼 수 없어 힘들어한다”며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가족과의 영상 전화로 외로움을 달랜다”고 병실 분위기를 전했다.

청주의료원에서는 지난 27일까지 200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고, 이 가운데 188명이 완치해 퇴원했다. 현재는 12명이 입원 치료 중이다.

김 간호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라진 일상의 소중함을 강조하면서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김 간호사는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꾸준히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지역 의료계, “‘위드(with) 코로나’ 흐름에 맞춰야 해”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볼 때 또 다른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반복될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기존 포스트(post)코로나에서 이제는 코로나를 안고 가야 하는 ‘위드(with)코로나’ 시대에 지역 의료체계 개선과 변화가 대두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뿐 아니라 또다른 대규모 감염병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감염병 유행 시 환자를 적절히 치료하고 대응할 수 있는 지역 의료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안치석 충북의사회장은 “전국 확진 추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코로나19는 단기간에 종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돼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으므로 상시 진료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중앙에서는 정부와 의사협회·병원협회 등 전문가 단체가, 지방에서는 지자체와 지역 의료인단체, 의료기관, 민간기업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 상설화 역시 주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순만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질병으로 인한 위험을 제로(0)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며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줄이는 것보다는 중증환자 수에 기반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의료 R&D 복합단지 조성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도내 한 의료관계자는 “감염병 재난대응 의료 R&D 복합단지 조성을 통해 백신 개발과 다양한 사회적 위기를 같이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통해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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