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지난 6월 청주시에서 300세대 이상 규모의 아파트에서 생활폐기물을 수거·운반하는 업체 협의회에서 비닐과 플라스틱에 대해 공공수거를 요구했다. 만약 이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수거·운반을 거부하겠다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이유는 비닐과 플라스틱을 수거하면 할수록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청주시 행정에서는 이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곧 폐기물 대란이 닥칠 위기에 처했다. 마침 언론에서도 폐기물 대란이 올 것이라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던 시기라 시민들은 불안하고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잘 진행돼 오던 폐기물 관리에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이유는 이랬다. 발생-수거·운반-선별-재활용의 폐기물 순환체계에서 막힘이 발생한 것이다. 청주시의 300세대 이상의 아파트(이하 ‘공동주택’)는 생활폐기물을 수거·운반 전문 업체와 계약을 맺어 위탁한다. 수거·운반 업체는 이 폐기물들을 일괄 수거하여 종류별로 나누어 재활용업체에게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얻는다. 이 수익금 중 일부는 계약을 맺은 아파트 주민 자체조직에게 지불하는 구조이다.

문제는 비닐과 플라스틱에서 발생했다. 다른 종류의 폐기물과는 달리 비닐과 플라스틱은 직접 재활용업체에 판매할 수 없다. 종류도 다양하고, 시민들이 분리 배출한 비닐과 플라스틱에는 재활용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로 선별과정을 거쳐야 한다. 비닐과 플라스틱은 선별장으로 보내지고, 선별장에서는 재활용 가능한 것을 골라내어(대부분 수작업으로) 재활용업체에게 판매하는 구조이다. 이 폐기물 순환구조가 몇 해 전부터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재활용업체에서 비닐과 플라스틱을 매입하지 않거나 너무 낮은 가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비닐과 플라스틱의 발생량이 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많은데, 그동안 국내에서 모두 처리하지 못하여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수출 또는 위탁해 왔다. 그런데 2018년부터 중국 등 일부 나라에서 비닐과 플라스틱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흐름이 막혀버린 것이다. 거기에 유가하락으로 재활용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고,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오히려 일회용품이 증가하는 3중의 악재가 겹쳤다. 돈을 받고 판매하던 비닐과 플라스틱을 이제는 돈을 내고 처리를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역전현상이 선별장에서 수집·운반업체로 이어진 것이다. 비닐과 플라스틱 문제는 일회성이 아니라 향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공동주택 수거·운반 업체들이 민간이 아닌 공공수거를 요청한 것이었다.

청주시 행정에서도 마냥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상황의 변화를 이유로 공공수거로 전환한다면, 국제 유가 등 상황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정책의 일괄성과 안정성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결국 민관의 거버넌스를 만들어 3개월간 10차례의 논의와 현장방문을 거쳐 향후 비닐과 플라스틱을 공공수거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수거·운반 협의회는 수거 거부를 철회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행정에서는 공공수거로 전환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고, 공동주택 시민들은 비닐과 플라스틱 분리배출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 불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소각량 감소와 깨끗한 공기, 폐기물 자원순환의 증진은 우리에게 훨씬 더 소중한 것을 줄 것이다. 폐기물 배출의 책임자로서 시민이 적극 동참하고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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