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지난달 의료계와 정부간에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구성하기로 한 의정협의체가 출발도 못한 채 삐걱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고시(국시) 재응시를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 오히려 다시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의사국시 재응시는 국민적인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종전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전날 의협이 “28일까지 의사국시 재응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입장문을 낸 데 대한 답이다.

복지부와 의협은 의대생 국시 문제를 놓고 실무협의를 벌이고 있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상태다. 복지부는 의사국시 재응시는 의정협의체 의제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의협의 요구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에 맞서 의협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앞으로 벌어질 모든 상황의 책임이 정부 측에 있다며 경고했다. 특단의 조치가 지난 8월 같은 집단휴진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적으로 합의된 것이 없어 보인다. 의협은 범의료계투쟁위원회 차원에서 교수, 전공의 등 여러 직역의 의견을 종합해서 대응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추가로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과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촉발된 지난 8월 의료계 집단휴진은 코로나 19 대유행의 상황에서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국가 보건의료정책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반대로 국민 건강을 볼모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동에 거침없이 나서는 모습에 국민은 크게 실망했다. 특히 예비 의료인인 의대생들마저 이런 집단 이기주의에 동참, 국시를 거부해 사태를 키웠다.

정부가 의대생들에게 준 구제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의사국시 실기시험을 1주일 미뤄주었고, 접수 기한도 두 차례나 연기해줬다. 이를 거부한 것은 의대생 자신들이었고, 선배 의료인 단체인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않았다. 그리곤 이제 와서 의료인력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재응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국시 접수를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추후 구제를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57만여명이 참여했다.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52.2%가 의사고시 미응시자 구제에 반대했다.

국민 감정은 여전히 냉담하다. 국민에게 버티기 힘든 고통을 준 것에 대한 사과는커녕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며 특혜를 베풀라는 의료계의 요구에 정부는 원칙을 확실히 고수해야 한다.

예외를 허용하면 다른 직군의 국가시험과 형평성에서 또다른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이 난제를 푸는 첫걸음은 의료계가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자성 어린 모습을 먼저 보이는 게 순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