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칼럼]삶의 기술, 응무소주(應無所住)
[김병연 칼럼]삶의 기술, 응무소주(應無所住)
  • 충청매일
  • 승인 2020.10.2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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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청주예총 부회장

[충청매일] 지난 여름 안동지방으로 여행을 갔다. 그날따라 엄청나게 더웠다. 청주에서 새벽 6시에 출발하여 소수서원을 관람할 때는 아침이라서 그다지 더운 줄 몰랐으나, 하회마을 관람할 때는 더위가 절정을 이루는 오후 2시였다. 40도를 넘기는 폭염이라서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설상가상 병산서원 관람할 때는 그늘이라곤 전혀 없는 아스팔트길을 10분 정도는 걸어야 했다. 참는 것도 한계가 있지, 고역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짜증도 나고 화가 치밀었다. 입에서는 불평들이 터져 나왔다. 그러던 중 일행 중 누가 “힘들 때, 힘들다고 생각하면 더욱 힘들어! 더울 때, 덥지 않다고 생각하면 덥지 않아!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법이야! 더울 때일수록 짜증내지 말고, 거기에서 의미를 찾아보도록 노력해 보자!”라고 달랜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바짝 들었다. 모두들 그 말에 불평들이 모두 잠재워졌다.

문득 금강경에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마땅히 머무름 없이 그 마음을 내라)’이란 구절이 생각이 났다.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어디에도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내라.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말고 홀가분하게 살라는 뜻이다. 40도가 넘는 무더위에서도 얽매이지 않으면, 더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무슨 일을 하되 그 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더위에 얽매이면 더위에 노예가 된다.’는 교훈을 비로소 그날 깨달았다.

탐욕과 집착은 근심과 불행의 단초가 된다. 구름은 세상을 어둡게 하지만 탐욕은 그 사람의 정신을 어둡게 한다. 잡초는 논밭을 망치게 하지만 성냄은 사람을 망치게 한다. 사랑과 욕정 속에서 근심이 생기고 사랑과 욕정 속에서 근심이 생긴다. 사랑과 욕정에서 벗어나면 근심이 없는데 어찌 두려움이 있는가?

오염되지 않은 땅! 지구최후의 샹그릴라로 불리는 티베트에 가본 적이 있는가?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만큼이나 깨끗한 성품을 그들은 지니고 있다. 좀처럼 남을 비방하거나 욕할 줄을 모른다. 저속하고 상스런 단어가 없다. 가장 큰 욕이 ‘성을 잘 내는 사람’이라고 한다.

화를 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도 삶의 기술이다. 가령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을 자기 삶의 소재로 생각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삶의 기술이요 지혜다.

우리는 항상 점검해 보아야 한다. 자기를 단속해야 한다. 나는 내 인생을 순간순간 어떻게 맞이하고 있는가? 내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과 기운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밝은 쪽으로 쓰고 있는가, 어두운 쪽으로 쓰고 있는가. 화내는 쪽으로 쓰고 있는가, 웃는 쪽으로 쓰고 있는가?! 이렇게 점검하는 것이 나를 단속하는 것이다. 내개 주어진 시간은 무한정이 아니라 한정된 시간이다. 내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집착 없이 일을 함으로써, 일의 노예는 되지 말자! 시간에 쫓기지 말고 시간을 즐길 줄 알자!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죽음의 길로 가는 것이며, 시간을 즐기며 영혼의 밭을 가는 사람이다. 이것이 삶의 기술로서, ‘응무소주 이생기심’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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