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문학인대회 기념 문집 ‘충북의 문장’ 출간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충북을 상징할 수 있는 문장가(文章家)에는 누가 있을까?

문인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활동한 위인(偉人)·지사(志士) 들을 살펴 빼어난 문장을 남긴 사람들의 글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충북작가회의(회장 정연승) 편집위원회가 2020 전국문학인충북대회를 기념해 엮은 문집 ‘충북의 문장(사진)’이다.

충북 출신으로 작고한 근·현대 인물 중에서 대상자를 선정했다. 신채호의 경우는 외가인 대전에서 태어났지만 본향인 충북에서 성장·활동했고 이곳에 묻혔으므로 정서상 충북 사람으로 인정하고 문장을 수록했다. 선정된 인물들이 남긴 글 중 귀감으로 내놓을 만한 것을 가려 뽑았다. 문체가 수려한 것을 놓치지 않았고, 서릿발 같은 정신을 품은 글이 담겼다. 훌륭한 문장은 그 둘을 겸비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작품 전문을 실은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부분 인용한 경우가 많다. 시의 경우는 엄연한 문장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며 이미 널리 알려진 작품 위주로 실렸다.

충북작가회의 편집위원회 관계자는 “오랜만에 우리 고장에 찾아오는 경향각지 작가들에게 기념이 될 만한 것을 궁리하다가 ‘문장’을 내놓기로 했다. 작가뿐만 아니라 충북을 상징할 수 있는 인물들의 글까지 함께 찾아 엮었다”며 “좋은 문장을 널리 함께 읽고자 전국의 문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무료로 나눠드린다. 충북의 기개와 위상을 읽는 기쁨을 누구나 맛볼 수 있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책은 작품집이 아니라 ‘선집(選集)’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 전체 보다는 몇 줄이라도 명문(名文)을 보여주자는 것이 목적이다. 글의 표기법은 현대어법으로 바꾸어 일반 독자가 읽기 편하도록 배려했다. 맛 뵈기로 선보인 글을 보고 더 깊이 연구하고자 한다면 원문이나 작품집 등 완전한 자료를 구해 탐독하기를 권한다.

편집위원회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기도 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서예가인 김정희는 글을 쓰는 네 가지 목적을 진리를 밝히는 것, 세상을 건지는 것, 숨은 것을 발견하는 것, 풍속을 바로잡는 것으로 명시한바 있는데, 이 책에 담긴 글들이 저마다 그런 값에 부합한다고 자부합니다. ‘충북 출신’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일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따른 것일 뿐, 필자들은 경앙할 만한 한국의 작가, 한국의 위인으로서도 손색없을 것입니다.”

책은 제1부 문학-시, 제2부 문학-산문, 제3부 기타와 김승환 충북대명예교수의 해제 ‘민족의 문학, 충북의 문장’ 순으로 구성됐다.

제1부 문학-시에는 권구현, 권태응, 박재륜, 손병희, 신동문, 신채호, 오장환, 이흡, 정지용, 정호승, 조명희, 조벽암, 홍명희 등이 남긴 주옥같은 대표시가 담겼다.  

제2부 문학-산문 편에는 권구현, 권운상, 권태응, 김복진, 목성균, 민병산, 박재륜, 신동문, 신채호, 오장환, 정순철, 조명희, 조벽암, 홍구범, 홍명희 등의 소설, 서평, 수필, 동화 등에서 일부분씩 발췌해 실었다.

제3부 기타에는 김복진의 글 ‘보보 없이는 못 살겠다’, 손병희의 ‘삼전론’, 이상설의 ‘매국적과 함께 설 수 없으니’ 등을 비롯해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홍명희의 ‘통일이냐 분열이냐’, 홍범식의 ‘죽을지언정 친일을 하지 말고’ 등 시평(時評), 저술서 등에서 특히 좋은 문장 일부를 발췌해 실었다.

김승환 교수는 이 책의 해제 ‘민족의 문학, 충북의 문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개인의 서사(개인문학)가 곧 지역의 서사(지역문학)이고, 또 민족의 서사(민족문학)인 문학이다. 그럴 때 세계문학의 보편성도 얻어진다”며 “문장은 작가 개인의 개성이기도 하지만, 시대정신의 발로이기도 하며, 민족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한국 근대문학은 역사의 정의, 민족적 열망, 민중적 가치가 문장을 입법(立法)하는 기준이다. 청주 출신 김기진의 수많은 저작이 친일의 어둠에 가려서 안타깝고, 음성 출신 이무영의 재미있는 소설이 반민족의 오류를 범해서 애석하다. 충북인이 도달한 문장의 구경(究竟)은 민족사, 지역사, 개인사, 세계사를 관류하면서 형형하게 빛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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