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도의원 “발의자 의사 안묻고 조례안 수정 종용”
충북도 “수정 의견 들어주지 않아 상임위에 직접 전달”
[충청매일 최영덕 기자]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 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를 둘러싼 충북도와 충북도의회의 책임 떠넘기기 ‘핑퐁게임’이 점입가경이다.
수개월간 표류되고 있는 동상 철거 논란은 도와 도의회는 네 탓 공방의 치열한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도의회는 동상 철거 관련 조례안 상정을 미루고 도에 결정을 촉구했고, 도는 조례안 수정 의견을 붙여 도의회로 보냈다.
지난 23일 열린 제386회 도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동상 철거 근거를 담은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청주7)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충북도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상식 의원은 “도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도의원으로서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충북도의 의원과 의회에 대한 경시가 도를 넘어 오늘 충북지사의 공개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은 충북도의 요청으로 의회와 집행부의 협력과 협조의 좋은 뜻으로 시작된 것”이라며 “청남대 내 동상철거에 대한 저의 소신과 신념이 충분했기에 과거 상황을 뒤로하고 요청을 수락한 것이나 도는 신의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로 협의된 조례인데 조례안 수정이 그렇게도 절실해 현안 해결을 위해 함께 했던 발의자인 내 의사도 구하지 않은 채 행정문화위원회(행문위)에 수차례 조례안 수정 또는 보류를 종용, 조례안이 미상정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신뢰의 정치가 배신의 정치로 변질한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특히 “집행부와 행문위가 한배를 탄 것이 아니라 행문위원들이 충북도의 꼭두각시가 되고 있는 듯하다”며 “조례를 통한 현재의 협잡 또한 추후 분명 배신의 정치로 변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충북도를 향해 “조례안을 핑계로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즉각 동상 철거에 나서라”며 “도정의 책임자로서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키워간 이시종 충북지사는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도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도는 입장문을 통해 “이 의원의 말대로 조례안 발의를 요청한 건 맞지만, 그가 수정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아 행문위에 직접 의견을 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근석 이날 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온라인 브리핑에서 “조례안 수정 의견을 반드시 발의자를 통해 제출하라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며 “발의된 조례안에 대해 도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수정 의견을 내는 건 집행부의 당연한 의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례안의 최종 결정은 어디까지나 도의회 행문위와 도의회에 있다”며 “앞으로 충북도는 발의자의 의견도 존중할 뿐만 아니라 도민 전체를 대변하는 행문위와 도의회를 존중하고 도의회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공을 넘겼다.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 문제는 지난 5월 충북 5·18민중항쟁 40주년 행사위원회의 요구로 처음 공론화됐다.
한 달 뒤인 6월 이 의원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의 동상 건립, 기록화 제작·전시 등 기념사업을 중단·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동상 철거에 대한 찬반 여론이 대립하면서 행문위는 수차례 조례안 심사를 보류했다.
청남대는 옛 대통령 별장으로 제5공화국 시절인 1983년 건설돼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일반에 개방됐고, 관리권도 충북도로 넘어왔다. 충북도는 2015년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초대 이승만부터 노무현에 이르는 전직 대통령 9명의 동상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