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조직의 수장은 어떻게 권위를 갖게 되는가?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조직원이 수장을 믿고 수장이 조직원을 믿어서 권위를 갖는다. 하지만 누구나 수장의 자리에 오른다고 해서 권위를 얻는 것은 아니다. 수장이 비리나 비위가 있거나 수장의 직계가족이 불법이나 비리가 있다면 권위를 갖지 못한다. 권위가 땅에 떨어진 수장은 그야말로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부적격자이니 당장에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럼에도 자리에 연연하는 자라면 그는 위선자이거나 기회주의자가 분명하다.

조직의 책임자를 맡게 되면 시작부터 온갖 루머에 시달리게 된다. 당사자는 이런 일이 괴로울지 모르지만 이는 자격이 충분한가에 대한 의심 때문이다. 의심이란 믿음이나 신뢰를 갖기 전에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을 말한다. 믿고자 하는 사람에 대해 혹시라도 묻어있을지 모를 비리와 불법행위를 밝혀내는 과정인 것이다. 그렇게 의심을 거쳐 완전한 믿음을 얻게 되면 비로소 권위를 갖게 된다. 물론 믿음을 얻지 못하면 그때부터는 고생길이 환하게 열리게 된다.

공자(孔子)는 벼슬하는 자의 자세와 믿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자 자장(子張)이 벼슬하는 것에 대해 묻자 공자가 대답하였다.

“먼저 일을 도모함에 있어 여러 의견을 들어 보거라. 그중에 가장 의심쩍은 것은 버리도록 해라. 그리고 들은 나머지를 가지고 조심스레 말하라. 그러면 누구보다 잘못을 덜 하리라. 또한 일을 실행함에 있어 여러 가지를 찾아 보거라. 그 중에 문제가 될 만한 것은 버리도록 해라. 그리고 그 나머지를 가지고 조심스레 실행하라. 그렇게 하면 누구보다 뉘우치는 일을 덜 하리라. 이것이 바로 벼슬살이이니라.”

전국시대에 전쟁을 반대했던 묵자(墨子)는 모든 일은 ‘삼표(三表)’를 거쳐야 한가고 주장했다. 삼표란 첫째, 하고자 하는 일이 과거 역사적 사례가 있었는가? 둘째, 그 일을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가? 셋째, 그 일을 실행하면 어떤 효과가 있는가? 이러한 물음에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있어야 일을 실행할 수 있다고 했다.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한 순자(荀子)도 일이 성립되려면 하나의 조건을 가져야 한다고 보았다.

“어떤 이론을 가지려면 반드시 근거가 있어야 하고, 어떤 주장을 펼치려면 반드시 이치에 닿아야 한다. 이치가 분명하지 않으면 그 일은 거짓이거나 조작이다.”

하려는 일에 의혹이 생기면 그것이 분명해지도록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일을 추진하면 실패하고 만다. 또 옛날에 옳은 일이라도 의혹이 생기면 밝혀야 한다.

고대의 유학자들은 무조건 스승을 믿고 옛것을 옳게 여겼다. 성현의 말은 잘못이 하나도 없는 말로서 오로지 배우고 익히기만 하면 된다고 배웠고 그렇게 따랐다. 하지만 성현의 가르침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위아래가 어긋나고 앞뒤가 모순되는 곳이 수두룩하다. 옳지 않은 것이 있음에도 유학자들은 따질 줄 몰랐다. 그래서 수천 년을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살았던 것이다.

다문궐의(多聞闕疑)란 일을 하기에 앞서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구하고 들은 의견 중에 의심 되는 것은 버린다는 뜻이다. 의심 없는 확신은 맹종을 낳지만 의심을 거친 믿음은 확고한 진리에 이른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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