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690년 무렵, 당(唐)나라 고종이 죽자 황후였던 측천무후가 권력을 잡았다. 그리고 나라 이름을 무주(武周)로 바꾸고 자신이 황제가 되어 통치하였다. 이때 재상을 맡아 정책을 집행한 이는 적인걸(狄仁傑)이었다. 그는 인재를 알아보고 발탁하는 능력이 뛰어나 측천무후의 정치 기반을 안정적으로 마련했다. 또한 성격이 강직하고 청렴하여 1만7천여 건의 사건을 판결하면서도 잘못된 판결이나 억울한 자가 생기지 않아 그 명성이 천하에 알려졌다.

같은 시기에 장군 루사덕은 변경을 지키고 있었다. 그 또한 그곳의 군사와 백성을 잘 다스려 조정에 그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이에 여러 대신들이 조정으로 불러들일 것을 건의하였으나 적인걸은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하루는 측천무후가 적인걸을 불러 물었다.

“재상이 보기에 변경을 지키는 루사덕은 현명한 장수라 할 수 있습니까?”

이에 적인걸이 대답했다.

“루사덕이 변방을 지킬 능력은 분명히 있으나 그가 현명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측천무후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재상이 생각하기에 루사덕은 인재를 알아보는 능력이 있습니까?”

적인걸이 대답했다.

“제가 그와 알고 지냈으나 그가 인재를 알아본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측천무후가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려주었다.

“그대를 내게 재상으로 추천한 사람이 누군지 아시오? 바로 장군 루사덕이오. 그렇다면 루사덕이 인재를 알아보는 능력이 누구보다 탁월한 것이 아닙니까?”

그 말을 듣자 적인걸은 얼굴이 붉어지며 어쩔 줄을 몰랐다. 이내 감탄하였다.

“아, 루사덕은 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인물이다. 그에 비하면 나는 정말로 소인배에 지나지 않는구나.”

그때까지 적인걸은 문인의 기준으로 무인을 판단하여 장군들은 그저 변방을 지키는 것이 전부인줄만 알았다. 누구보다 인재를 알아보는 적인걸도 이처럼 실수한 것이다. 이후에 루사덕은 30년을 변방에 근무하면서 많은 공을 세웠다. 단 한 번도 자신이 조정에 들어가지 못한 것을 불평하지 않았다. 그러니 적인걸이 루사덕을 대인으로 여겼던 것이다. 이는 ‘구당서(舊唐書)’에 있는 이야기이다.

달인대관(達人大觀)이란 사람을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바르고 정확하게 판단한다는 뜻이다. 제대로 봐야 판단이 바르다는 의미로 쓰인다. 사람에 대한 판단은 우선 장점을 살피고 다음에 단점을 살피는 것이 순서이다. 왜냐하면 장점이 크면 단점을 가릴 수 있으나 단점이 크면 장점은 소용없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의 장점이라 하면 내가 도무지 이길 수 없는 상대의 능력이나 재주를 의미하고, 상대의 단점이란 나의 장점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의 급소를 말한다. 고수는 상대의 장점을 우선 알아보지만 하수는 상대의 단점을 우선으로 본다. 경쟁에서 상대의 장점이 크면 물러서는 것이 상책이고 상대의 단점이 크면 싸우는 것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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