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내 이름은 ‘화자(花子)’이다. 그래서 ‘꽃자’로도 불린다. 사람들은 얼굴은 몰라도 이름은 오래 기억해 준다. 이름 때문에 사람들에게 눈길을 받은 경우가 참 많았던 것 같다. 학창 시절이나 직장 생활을 하며 이름이 불리는 것이 정말 창피하고 개명해볼까 하는 생각을 가끔은 했다. 특히 학창 시절 남학생들이 있는 수업 시간에 출석을 확인할 때는 ‘대답을 안 할까’ 하는 갈등을 이름이 불리는 그 순간까지 하곤 했다.

아들이 중학교에서 한자를 배우기 시작할 때였던 것 같다. 하루는 아들이 집에 와 “엄마, 친구들이 ‘화자’의 ‘화’가 ‘불 화(火)’냐고 물었어”라고 말해 조금은 아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다.

내 이름은 할아버지가 지어주셨다고 한다. 여름에 태어나 ‘夏(여름 하) 子(아들 자)’라고 했는데, 큰아버지가 출생신고를 해주시면서 공공 기록물인 주민등록과 호적부에 화자(花子)로 확실하게 기록됐단다. 그럼 봄에 태어났으면 춘자(春子), 가을에 태어났으면 추자(秋子), 겨울에 태어났으면 동자(冬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누구 말에 의하면 ‘하자(夏子)’보다는 ‘화자(花子)’라서 다행이란다. 그 두 이름 모두 촌스럽기는 마찬가지로 큰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성씨를 붙여보면 느낌이 달라지면서 놀림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한다.

장하자? 장화자!

사실 어쩌면 춘하추동(春夏秋冬)을 넣어서 지었다면 이름에 큰 하자(瑕疵)가 발생해 하자 보수(瑕疵補修), 즉 ‘개명신고’ 할 뻔했을지도 모른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적 “이름이 ‘화자’가 뭐냐”라며 은근 따져 물었다. 할아버지는 “왜? 좋잖아! 지! 화자~좋~다~”하시며 미안한 듯 웃으셨다.

내가 보기에 좋은 이름인 것 같은데 주변에서 많은 사람이 개명을 했다. 사실 놀림이 되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이제 개명을 한다고 생각해보니 사람들의 기억과 기록에서 개명한 나를 찾지 못할까 두려워 감히 생각을 접었다.

지금은 오히려 내 이름을 내세워 건배사를 한다.

“지화자! 장화자! 얼씨구~좋다!”

여러 말할 것도 없고 정말 간단하지 않은가. 그리고 나를 알릴 수 있어 좋아 ‘일석이조’인 셈이다.

살아보니 하자와 화자의 차이는 없다. 부모님이 혹은 내 이름을 지어준 그 누군가를 기억하고 어떤 이름이든 자부심을 갖고 이름에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살아보자.

모두 힘든 시기에 지! 화자~ 힘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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