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491년, 안회(顔回)는 노(魯)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제자이다. 스무 살에 유학을 시작했으나 남달리 재능이 뛰어나 하나를 배우면 열을 깨달을 정도였다. 누추한 골목에 사는 형편이었지만 대나무 그릇에 밥을 먹고 표주박으로 물을 떠 마시면서도 항상 밝고 활기찬 성격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안회를 가난을 공부하는 즐거움으로 바꾸어 산다고 말했다. 공자는 이런 안회를 제자 중에 누구보다 총애하였다.

“안회는 아직 어려 어리석어 보이지만 그 생활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그는 집에 돌아가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부족한 것을 채우는 사람이다. 능히 미래에 촉망받는 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다르게 안회는 안타깝게도 스물아홉의 나이에 병들어 죽었다. 공자가 이 소식을 듣고 심히 통곡하였다.

“내가 안회가 있어 인생에 보람이 있었는데 너무도 통탄스럽도다!”

후에 노나라 군주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 선생 제자 중에 누가 학문을 좋아하고 실력이 뛰어납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안회라는 제자가 배우길 좋아하고 실력이 월등합니다. 그는 자신의 허물을 남에게 옮기지 않았고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명이 짧아 일찍 죽었습니다. 지금은 그만한 제자가 없습니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 어느 시인이 안회를 추모하여 이런 글을 남겼다.

“공자가 넓은 공간이라면 안회는 그곳을 지나가는 꽃구름이도다.”

공자는 안회에 대한 그리움으로 ‘논어(論語)’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선생(先生)은 남보다 먼저 태어나서 지식과 덕망이 뛰어난 사람이며, 후생(後生)은 선생보다 뒤에 태어나서 학문에 대한 열의와 실천이 뛰어나 장래에 촉망받는 이를 말한다. 선생은 50살이 넘어서도 그 명성이 알려지지 않았다면 전혀 두렵지 않은 존재이다. 반면에 후생은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실력이나 인품으로 선생을 뛰어넘는 까닭에 가히 두려운 존재라 아니할 수 없다.”

이는 젊을 때 배움에 힘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지만 또한 사십 오십이 되어서도 자신의 일에 더욱 정진하고 열심을 다할 것을 독려하는 말이기도 하다. 학교 다닐 때에 하찮게 여겼던 사람이 나중에 커서 학문에 업적을 이뤄 세상에 이름을 알리고, 젊어서 방황하고 배회하던 이가 어느 한 분야에서 성공하여 이름을 날리는 것을 보면 굳이 학문이 아니더라도 후생은 모두 무궁한 가치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오십에 가까운 인생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걱정이지만 청춘의 시절에는 십년 이십년 후를 내다보니 그 기백을 어찌 선생이 이길 수 있겠는가.

후생가외(後生可畏)란 뒤에 태어난 사람은 언제고 선생보다 뛰어날 것이니 무섭고 두렵다는 뜻이다. 젊고 패기 있는 시절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한 길로 정진해야 그 앞선 선배들을 능가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분야에 뛰어들지 결정하지 못하고 나이만 먹거나, 결정하고도 변덕이 심해 이것저것 왔다갔다 하는 사람은 두렵기는커녕 가소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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