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철
청주시립도서관 주무관

[충청매일] 인생의 뒤안길에 접어드니, 20대 시절이 떠오른다. 1985년 7월에 군 제대 후 마땅한 기술도 없고 받아 주는 회사도 없어 빈둥빈둥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아버지의 추천으로 옥산면 소재에 서주우유 생산과에 입사를 했다. 처음엔 매일 출근하여 일하는 게 좋았고, 특히 우유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흡족했다. 세월이 흘러 몇 년이 지나고 미래를 생각해보니 ‘안주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야 교대근무 후, 낮 시간을 활용해 나의 인생을 바꿔보자는 생각에 무작정 학원을 찾아갔다. 학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고압가스냉동기능사 1급 취득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상당공원 옆 시립도서관 4층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시설이라고는 딱딱한 나무 의자와 책상뿐이었다. 시설이 많이 열악해 여름에는 냉방이 되지 않아 더위에 땀을 적시고, 겨울에는 추위에 떨며 고생을 했다. 점심은 도서관 식당에서 1천원 짜리 짜장면을 먹었다.

1년 남짓에 자격증 2개를 졸지에 취득하니 서서히 공부에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즈음에 결혼도 하였고 1990년 9월에 기능7급 공무원으로 특채 돼 청주고인쇄박물관에 입사했다. 이 모든 것이 자격증 덕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도서관은 정말 나에게는 고맙고 소중한 장소다.

요즘 도서관은 예전에 비하면 180도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최신 냉난방시스템과 공기순환기, 공기청정기, 휴게실 같은 카페, 창문 밖에는 멋진 조경시설. 어디 그뿐인가 실내에는 아늑한 인테리어와 자료실에는 조용하고 깨끗한 바닥, 벽, 창문, 블라인드, 책상, 푹신한 소파, 정수기 그리고 모든 교양, 인문, 기술서적, 일간지까지 비치되어 있으니 말이다. 공부하다 배고프면 카페에서 빵과 음료수도 먹을 수 있고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편리한 시설에 직원들도 친절하다. 이제는 공부방의 개념을 넘어서 도서관에 가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고, 편리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도서관에 근무하니 격세지감을 새삼 느낀다.

청주에는 현재 시청 직영 도서관이 13개가 있고 작은 도서관은 127개소가 있다. 그리고 가경동에 올해 말 준공예정인 가로수도서관을 건립 중이고, 나는 기계설비 감독직을 맡고 있다. 이전과는 또 다른 멋진 도서관을 지으려고 도서관 직원들이 무진 애를 쓰고 있다. 나는 우여곡절 끝에 얼마 후 공직생활을 30년을 마무리한다. 고인쇄박물관, 상당구청, 차량등록사업소, 청주예술의전당, 시청, 시립도서관을 비롯해 많은 부서를 거치면서 냉난방 및 시설업무에 열심히 근무했고, 특히 에너지 절약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기능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하였고 공업 6급으로 시립도서관에서 공직을 마무리한다. 퇴직 후 얼마간 쉬며 집 근처에 있는 금빛도서관에서 많은 책을 읽으며 부족한 지식을 더 쌓으려 한다. 내년 봄이 오면 재취업을 통해 소득이 생기면 사회 공헌도 해보려 마음먹고 있다. 후배 공무원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

“퇴근 후 짬을 내서 자기발전을 위한 공부를 해보면 어떨까요. 막연히 퇴직 후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보단 나중을 위해서요. 나이가 들고, 인생을 돌아보면 후회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냐만은 도서관을 가까이한 나의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