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충청매일] “매일 좋을 순 없지만, 매일 웃을 순 있다. 하늘 아래 가장 큰 선물은 오늘이다.” 영혼을 두드리는 글귀하나를 우연히 발견했다. 충북의 최남단 영동(永同)! 아래 장터로 가보면 지금도 겉보기에는 허름한 ‘영동옥’이라는 해장국집이 있다.

영동(永同)에서 태어나 학교를 다녔던 7080세대들에겐 ‘낑꽁’과 ‘영동옥’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낑꽁’이란 ‘영동옥’ 주인의 별명이다. ‘낑꽁’이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지만 ‘뛰어나게 훌륭하다’는 뜻인 것 같다.

‘영동옥’이라면 나와도 깊은 사연이 있다. 중학교 3학년 배구 선수했던 시절이니까 정확히 1962년이다. 20리 길을 통학했으니, 하루에 40리 길을 걸어야 했다. 그것도 모자라 배구 선수를 한답시고 하루에 두 시간씩 연습하고 나면, 날이 어두워서야 다시 20리길을 걸어야 했다. 요즘 같으면 언감생심(焉敢生心:어찌 감히 그런 생각을 낼 수 있을까)이다.

함께 배구하는 동료 가운데 ‘낑꽁’이라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 배구 연습을 하고나니 날은 어둡고, 너무 힘들고, 배가 고파서! 도저히 20리 길을 갈 힘이 없었다. 마침 ‘낑꽁’이 자기 집이라고 데려간 곳이 바로 ‘영동옥’이었다. 선지국밥이 어찌나 맛있었던지 두 그릇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해 치우고 나니 기운이 하늘을 찌를 듯 다시 솟아났다. 그때는 그곳이 천국이요, 극락이었다.

알고 보니 친구의 형이 원조(元祖) ‘낑꽁’었지만, 우리들은 내 친구도 ‘낑꽁’이라고 불렀다. 그 당시 영동여고생들 사이에서도 ‘낑꽁’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었다. 훤칠한 키에, 운동으로 단련된 몸매, 오뚝한 콧날! 우선 외모부터 출중한 미남이었다. 금상첨화(錦上添花)로 육상, 배구, 축구, 씨름 등 스포츠라면 모두가 만능이었고, 목청 또한 기가 막혀 가수들이 도망갈 지경이었다.

‘영동옥’의 원조는 ‘낑꽁’의 어머니였으나, 지금의 큰 며느리가 이어받아 60여년을 운영해 오고 있다. 지난 9월 30일은 작은추석이다. 그날도 새벽 테니스를 마치고 동료들과 어울려 ‘막사’(막걸리에 사이다) 한 잔을 하고 나니 세상이 뭐가 부러우랴! 타임머신을 타고서 중3시절 ‘영동옥 향수’를 또 한 번 늘어놓으며 ‘횡설수설(橫說竪說)’하였다.

얼마 전에는 친구의 형인 원조(元祖) ‘낑꽁’이 83세의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왕성했던 젊음도, 예리했던 정신도,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었나 보다.

트위터의 제왕이라고 부렸던 소설가 ‘이외수’가 폐렴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이 우리들 옷깃을 여미게 한다. 트롯의 제왕 ‘나훈아’의 ‘소신 발언’으로 우리들을 뜨겁게 달군다.

세 사람을 보면서,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 나오는 것은 순서가 있지만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 누구나 결국에는 종말이 있기에 가급적이면 이 땅에 머무는 동안에 선한 가치를 남기고 떠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결실의 계절 가을에 마주하면서, 내 인생의 내 가을들녘에는 어떤 결실을 거둘 것인가?! 정견(正見)이 정답이다. 세상을 바로 보는 것이다. 보는 만큼 보인다. 바르게 보면, 바르게 생각하게 되고, 바르게 말하며, 바르게 행동할 수가 있다. 밖으로만 내달리는 의식을 안으로 돌이키는 것이다.

“매일 좋을 순 없지만, 매일 웃을 순 있다. 하늘 아래 가장 큰 선물은 오늘이다”라는 모두의 글귀를 다시 음미(吟味)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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