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무주공산’이란 말이 있다. 주인이 없고 비어 있는 산, 아무나 먼저 차지하고 내 산이라고 하면 되는 산을 말한다. 이 말 때문인지 국민들은 정말 산에는 주인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봄이 되면 고사리, 쑥, 고비 등의 산나물을 채취하러 새벽같이 동네 뒷산이나 차를 가지고 조금 떨어진 큰 산을 찾아간다. 또 가을이면 버섯, 도토리, 산삼 등을 찾아 산을 오르내린다. 산에서 마시는 상쾌한 공기가 먼저 자신을 반기고 그렇게 바라던 산의 보석들을 발견할 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산이 주는 선물을 가방에 가득 담아 내려올 때면 전쟁에서 승리한 군인들이 전리품을 가져오는 것과 같은 만족감이 가득하다.

TV를 보면 험악한 오지 산악지대에 있는 산약초를 캐는 사람은 전문 산악인이 세계 최고봉을 정복하는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 한 번은 깎아지른 바위  틈에 살포시 보라색 얼굴을 내민 산 도라지를 발견하고는 로프를 타고 내려가 약 1시간에 걸쳐 채취하고 그 도라지로 친구들과 오리백숙을 해 먹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방송에서 봤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저 도라지는 힘들게 생명을 유지하고 고된 세월을 지내면서도 바위에서 보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풍류를 즐기며 그것으로 위안을 삼았으리라! 산삼이 암에 좋다, 어떤 약초가 어디에 좋다는 말은 약이 없던 과거에는 맞는 말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얼마나 좋은 약과 치료법이 있는가? ‘저 산에 피어 있는 들꽃이나 나나 똑같은 생명’이라고 한 성자의 말을 세월이 지날수록 공감하게 된다.

생명 존중이라는 거창한 명제를 차치하더라도 무분별한 산약초 채취로 인해 당장 수많은 산의 식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하고 있다. 생물의 종 다양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행위는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이다. 산림 관련 법에 의거해 5년 이하의 징역 및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무서운 범죄 행위이다.

산림사법경찰관은 매년 이러한 행위자를 검찰에 송치하고 있다. 상당구 낭성면에서 지난 5월 고비를 채취하다 산주인의 신고로 그 자리에서 검거돼 조사를 받은 사람이 있다. 그는 “산나물 조금 뜯는 것이 범죄가 될지 몰랐다”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그러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임산물 불법 채취로 검찰에 송치됐다. 현행법이 금지하고 있어 이러한 불법 채취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사랑하는 소중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다음 주에는 미원면 운암리 옥화자연휴양림 임도를 점검하러 가야 한다. 사랑스러운 산속 친구들이 활짝 웃는 얼굴로 맞아 주리라!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