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충청매일] 추석 연휴 동안 밥상머리의 화두는 단연 두 가지였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의혹 논란과, 북한의 총격에 피살돼 불에 태워지기까지 한 공무원을 둘러싼 의혹들이다.

두 사안에 대한 결론의 배경은 ‘정황적 판단’이다. 추 장관 아들의 휴가특혜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당초 보좌관에게 어떠한 지시도 한 적이 없다는 추 장관의 말과는 달리, 당시 보좌관에게 지원장교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휴가 연장과 관련해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한 정황을 확인했다.

또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를 건 사람은 있지만, 누군지는 확인이 안된다고 했다. 개인 휴가 명령서도 휴가일이 한참 지난 뒤 발령된 것도 의문점으로 남았다.

지원장교가 지역대장으로부터 휴가 연장 승인을 받아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음에도 이는 수사에 반영되지 않은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청탁이나 압력으로 보기 어렵다는 정황적 판단으로 추 장관 아들과 전 보좌관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보편적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정황적 판단’을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이라고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근무 중 북한측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피살된 뒤 사체마저 불태워진 공무원의 충격적 사망 사실에 대한 정부의 발표도 ‘정황적 판단’에 기초한다. 정부는 이 공무원이 탈진 상태로 구명조끼를 입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 북측에서 실종자의 신원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 많은 빚을 지고 있었던 정황 등을 이유로 자진월북 과정에서 피살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여러 첩보들을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만일 정부의 말대로 해당 공무원이 월북을 했다면, 반대로 흐르는 조류를 거슬러 무려 38㎞를 헤엄쳐서 갈 수 있었느냐는 의문을 비롯해 월북이라고 확정지을 수 있는 명확한 증거들은 없음에도 정황상 월북이라고 서둘러 발표한 배경도 의아하다.

이같은 정부의 발표도 보편적 상식으론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두 사안에서 나타난 ‘정황적 판단’은 국민적 시각과는 다른 ‘정치적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추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의혹 과정에서 제기된 추론을 배제하고 드러난 사실만으로 판단해도, 여느 장병들의 휴가 과정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었고 추 장관 역시 거짓말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검찰의 ‘정황적 판단’은 국민적 시각과는 동떨어졌다는 말들이 수그러들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둘러싸고도, 우리 군의 구조 대응 미흡이나 북측의 비인간적 행태에 대한 비판과 규탄보다는 자진월북하려다 피살됐다는 의도적 여론몰이로 이번 사안의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저의가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명백한 증거가 부족해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내려면, 적어도 보편적 상식과 국민적 시각에 부합된 결론이어야 마땅하다.

국론 분열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것은 정황을 판단하는 이같은 ‘정치적 해석’의 차이 때문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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