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인간은 미지(未知)에 대해 호기심과 불안을 함께 느낀다. 늑대와 개의 시간처럼 아직 정체를 확연히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길들이면 좋은 가족이 되고, 적이라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알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면 불안 어린 탐색을 시작한다.

존 무스의 ‘세 개의 질문’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원작이다. 러시아 황제가 인생의 궁금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이야기가 니콜라이가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을 찾는 이야기로 오마주 되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건 좋은 인생을 살고 싶다는 것, 보람된 시간으로 채우고 싶다는 아름다운 꿈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관련된 물음, 모두가 갖고 있지만 이러저러해서 꿈 조차 잊기 쉬운 그 명제. 구체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물어야 할 것을 이 책도 세 가지로 제시한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지,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지,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하는 것이다. 답을 구하는 수월한 방법대로 니콜라이는 친구들에게 묻는다. 가장 중요한 때란 미리 계획을 세우면 언제인지 알 수 있다고 왜가리 소냐는 말하고, 원숭이 고골은 주위를 잘 살피고 정신을 집중하면 알 수 있다고, 개 푸시킨은 가장 중요한 때가 언제인가를 일러 주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마땅치 않은 답이라고 생각하면서 니콜라이는 두 번째로 궁금한 질문, 살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묻는다. 하늘나라에 가장 가까운 사람,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는 사람,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친구들은 각각 대답한다. 더 생각이 많아진 니콜라이는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묻고 하늘을 나는 거, 항상 재미있게 노는 거, 싸우는 거라고 친구들은 말하는데 그것은 부분적일 뿐, 좋은 사람이 되는 것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침내 나이 많은 거북이 레오를 찾아가서 급박하게 세 가지를 묻는다.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계속 밭을 갈고, 지켜보다 힘들어 보여 일을 도와 마쳤는데 마침 세찬 비바람이 몰려와 할아버지 집으로 함께 가게 된다. 가는 길에 나무에 깔려 다리 다친 판다를 집으로 데려다 치료해 주고, 새끼 판다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는 폭풍우를 뚫고 나가 아기 판다를 구해온다. 회복된 판다 모자가 고맙다며 인사하고 돌아가고,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니콜라이는 다시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할아버지는 네가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한다. ‘너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어미 판다의 다리를 치료하고 아기 판다를 구하는 순간이었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어미 판다와 아기판다였고, 가장 중요한 일은 판다들을 치료하고 보살펴주는 일이었다’고.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나와 있는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은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중요한 일을 하는 것.

의문을 품은 니콜라이는 답에 대해 마음이 급하지만 레오 할아버지는 바로 답을 주지 않고 스스로 부딪혀 경험하고 깨닫게 기다린다. 자신의 존재이유와 타인의 존재이유, 관계 맺는 법에 대해 이보다 더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답은 없을지 모른다. 자주 길을 읽는 것이 문제일 뿐이라면 실천하고 실현해 내려는 노력, 내 인생을 허투루 살지 않으리라는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은 지금, 여기, 당신과 함께라는 진리이다. 그걸 실천해 내려는 일은 막연한 불안을 구체적 현실로 견고하게 채우는, 시간시간을 금보다 반짝이는 순간들로 제련해나가는 연금술사가 되는 일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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