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가족 명의 건설회사가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의 공사 수주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이 23일 탈당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여론몰이 정치공세’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던 박 의원이 전격 탈당함으로써 이번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맡게 됐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5년간 국토위에서 의정 활동을 했지만 건설업계 고충과 현장 상황을 잘 아는 전문성을 발휘하고자 한 것이지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운 일이 결단코 없다”며 “현 정권의 부정적 기류에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저를 희생양 삼아 위기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당에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당적은 내려놓지만 끌까지 진실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박 의원의 탈당으로 당 외부에서 국민윤리관을 임명해 진상조사에 나설 계획이었던 국민의힘 진상 조사는 일단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박 의원 사태로 재 촉발된 이해충돌방지법의 제정마저 손 놓아서는 안 된다. 박 의원을 둘러싼 불법 여부는 검경의 철저한 수사로 규명하면 될 일이고, 이와 별개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입법으로 완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해충돌’이란 공직자가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해를 추구하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은 오래 전부터 논란이 돼왔다. 최근에도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목포 도시 재생사업을 미리 파악한 뒤 부동산을 차명 매입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인 김홍걸 의원은 억대의 남북경협 관련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민주당에서 제명됐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사외이사를 지낸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도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정무위 소속이어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의당 비례대표였던 추혜선 전 의원은 지난 21대 선거에서 낙마한 뒤 의원 당시 소속 상임위 기업인 LG유플러스 비상임 자문을 맡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국회의원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입법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2013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추진할 때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청탁금지법이 2015년 제정될 당시 원안에는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내용이 들어 있었지만 국회 통과 과정에서 쏙 빠졌다. 20대 국회에서도 정부안을 포함해 세 차례 이해충돌방지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렇듯 법 제정이 쉽지 않은 데에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목에 방울을 다는 행위를 하지 않으려는 데서 비롯된 바가 클 것이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들의 이해충돌 논란을 잠재우려면 근본적인 차단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이번 21대 국회는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정부안을 비롯한 여러 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고, 거대 여당인 민주당도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조속한 성과를 기대한다. 제발 이번에는 여야가 소모적인 논쟁이나 벌이며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기 바란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