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소학(小學)은 1187년 송나라 때에 편찬한 인문교육서이다. 주요 내용은 일상생활의 예의범절과 정신수양을 위한 훌륭한 격언과 충신 효자 등의 기록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런 까닭으로 옛날 사대부집안에서 자식들이 8세가 되면 배우는 인간교육의 기초로 삼았다. 대학(大學)이 집을 짓는 일이라면 소학은 집을 짓기 전에 터를 닦고 여러 재목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오늘은 본문 중에서 사람이 어떻게 재앙을 불러오고 망하는가 하는 다섯 가지 원인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는 욕심이다.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차지하려고 한다. 주변의 충고와 비난을 전혀 듣지 않고 배가 터질 지경인데도 입으로 밀어 넣는다. 파산이 되고 몸이 병들고서야 자신을 알아챈다. 하지만 이미 때가 늦은 후이다.

둘째는 교만이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하고 자신의 경험이 세상에서 최고인 줄로 여긴다. 책을 읽으려 하지 않고 배우려 하지 않고 옛 성현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배워야 할 때 한 가지라도 배우지 못하면 평생을 후회하고 살게 된다.

셋째는 불의를 쫓는 일이다. 의리와 사랑을 하찮게 여기고 아무리 옳은 일도 이익이 없으면 행하지 않고 아무리 나쁜 일이라도 이익이 있으면 목숨을 건다. 남의 잘못을 소문내고 다니고 자신보다 잘난 사람을 멀리하고 자신에게 아첨하는 자를 좋아한다. 이 역시 나중에 나락에 떨어진 후에야 후회하게 된다.

넷째는 방탕이다. 빈둥거리며 할 일없이 놀기를 좋아하여 도박이나 노름 또는 종교나 미신에 빠져 전 재산과 자신의 목숨까지도 갖다 바친다. 정신이 나태하여 부지런히 일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을 어리석다고 여긴다. 그러면서 자신은 주색잡기에 빠져 몸을 탕진하고 사는 것을 고상하게 여긴다. 집안이 가난해지고 몸이 망한 후에야 정신을 차리지만 이미 때가 늦어 돌이킬 수가 없다.

다섯째는 어리석은 판단이다. 한 번 잘못한 일을 하면 다시는 그 일을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잘못을 매번 되풀이 한다. 판단이 어리석으면 쉽게 불법을 저지르고 악행을 일삼고 사람을 속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눈앞에 이롭고 편한 것만 알지 나중에 그것이 독이 되는 줄을 모른다. 이 역시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하게 되면 이미 때가 늦은 것이다.

가업을 이루거나 칭송을 받고자 한다면 자신의 일에 남달리 열심을 다해 살아야 한다. 반면에 집안을 말아먹거나 자신을 망치고자 한다면 나태하고 오만하게 살면 된다. 재산이나 실력이나 건강을 쌓아 올리는 일은 오르는 일이니 힘이 든다. 반면에 파산하고 포기하고 탕진하는 일은 타오르는 불 속에 깃털을 던지는 것만큼 간단하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뼛속 깊이 이 교훈을 새겨 잊지 말아라.

패가망신(敗家亡身)이란 집안 재산을 탕진하고 자신의 몸을 해쳐 쫄딱 망한다는 뜻이다. 스스로 불행이나 재앙을 불러오는 일에 앞장선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재앙을 멀리하고 싶다면 선행은 베풀고 재앙을 가까이하고자 하면 악행을 일삼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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