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의 졸필(拙筆)] ‘사불삼거(四不三拒)’, 박덕흠 의원에게 전하는 교훈
[김동진의 졸필(拙筆)] ‘사불삼거(四不三拒)’, 박덕흠 의원에게 전하는 교훈
  • 충청매일
  • 승인 2020.09.2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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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편집국장

 

사불삼거(四不三拒). 조선시대 공직자들이 지켜야 할 규범을 말한다.

‘부업을 갖지 않고, 땅을 사지 않으며, 집을 늘리지 않고, 재임지 명산물을 먹지 않는다’를 ‘하지 말아야 할 네 가지(四不)’로 규정했다.

또 ‘거절해야 할 세 가지(三拒)’로는 ‘윗 사람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고, 부득이 요구를 들어줬다면 답례를 거절하고, 경조사의 부조를 거절하라’고 교훈한다.

3선 국회의원으로 최근 5년 동안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한 국민의 힘 박덕흠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박 의원은 최근 5년 동안 자신과 가족들이 대주주로 있는 3개 건설사들이 국토교통부와 국토부 산하기관으로부터 공사를 수주하거나 신기술 사용료 명목으로 올린 매출이 1천억원대에 달한다는 이유다.

박 의원은 이에 앞서 국토부와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400억원대의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그가 대한전문건설협회장과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으로 재임할 때 충북 음성 에버스톤CC(현 코스카CC)를 매입하면서 당시 시세가 200억원에 불과했음에도 두 배가 넘는 465억원을 매입 대금으로 지불, 지금까지 전문건설공제조합에 800억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피소된 사실도 드러났다.

전문건설협회 전직 임원들 중 50여명이 연대, 최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그를 검찰에 고발하면서다.

박 의원 측은 “야당 소속 의원이 현 정부에 압력을 가해 공사를 수주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 오히려 의원이 되기 전 회사 매출이 더 많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건설업체 대표 출신이며, 지금도 사실상 자신이 실소유한 건설업체들이 있는 마당에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굳이 이해충돌 논란이 야기될 수 있는 상임위를 장기간 선택한 것만으로도 의혹과 논란의 설득력은 충분하다.

박 의원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회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을 살펴봐도 그렇다.

파워개발(주)의 매출을 보면, 2018년 47억여원이던 것이 2019년 127억여원으로 크게 늘었다.

원하종합건설(주)의 영업이익도 지난 2018년 -50억여원에서 지난해 -14억여원 수준으로 향상됐다.

㈜혜영건설의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억여원에서 지난해 3천여만원으로 흑자 전환됐다.

원화코퍼레이션(주)의 매출액도 같은 기간 41억여원에서 58억여원으로 늘었다.

박 의원의 말대로 자신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가족들이 건설사를 운영하거나 자신이 사실상 실소유주이면서 국회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부적절하고 각종 의혹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자신의 아내가 가난을 면해보려 시집올 때 가져온 비단옷을 팔아 땅을 샀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공직에서 물러난 조선시대 풍기군수 윤석보나, 공직에 있으면서 부업을 한 동생을 호통치며 부업을 그만두게 했다는 조선 영조때 관리인 김수팽 등의 일화는 사불삼거의 대표적 사례다.

이들 모두 “국록을 받으면서 오해를 받거나 의혹을 살 만한 일을 하면 안된다”고 교훈한다.

박 의원이 억울하다고 항변하기 앞서 스스로 준엄하고 통렬하게 새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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