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2020년 여름은 비와 함께 했다. 무려 54일이라는 긴 장마와 여러 개의 태풍이 지나갔다. 예년 같지 않은 기상이 자연적인 현상의 일부인지, 기후변화에 따른 전혀 새로운 현상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어쩌면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홍수조절과 용수공급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건설한 4대강 사업(대형 보, 저수지 둑 높이기)은 전혀 효과가 없었다. 대부분의 홍수 피해가 4대강 본류가 아니라 지류에서 발생했다. 사실 이 문제점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댐이나 보를 만들면 가뭄에는 보탬은 될 수는 있으나 홍수 피해를 줄인다는 것은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 제한적인 경우란, 향후 며칠 후의 댐 상·하류 지역에서의 기상상황(강우량, 시간당 강우량, 강우 지속시간 등)을 정확히 예측 가능하다는 전제조건을 의미한다.

지난 8월 8∼9일에 발생한 용담댐 방류로 인한 댐 하류 지역 침수피해는 불행히도 이 제한적 상황에 해당하지 않았고, 일시에 많은 양의 물을 방류함으로써 하류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 2001년 용담댐이 건설된 이후 처음 겪는 방류로 인한 피해였다. 비록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고는 하지만, 이처럼 큰 피해가 발생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전에는 비슷한 상황이 없었던 것일까? 이번 피해는 순전히 하늘이 내린 천재(天災)일까? 아니면 댐 운영을 미숙하게 한 인재(人災)인 것일까?

용담댐은 총 저수용량이 8억t이 넘는 국내 5위 규모의 대형 다목적(용수공급, 전력생산) 댐이다. ‘댐과 보 등의 연계운영규정’에서는 홍수기(보통 6~8월)에 댐의 수위를 제한적으로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용담댐의 홍수기제한수위는 해발 261.5m이다. 올해는 6월부터 7월 13일 이전까지 258~259m를 유지했다. 이 수위만 본다면 제한수위 규정을 준수한 것이다. 그러나 7월 13일 오전의 강우 영향으로 같은 날 18시 이후에는 제한수위를 초과했다. 이후 방류량을 소폭 늘림으로 7월 30일까지 제한수위에 근접하는 수위를 유지하였다. 이후로 비가 오지 않았다면 괜찮았을터인데, 문제는 이때 발생했다. 7월 29∼31일에 내린 강우로 용담댐은 다시 제한수위를 초과하였는데, 이때부터 침수피해를 발생한 8월 9일까지 제한수위를 초과하여 운영하였고, 이로 인하여 8월 8일부터 내린 강우에 대처하지 못했다.

필자는 다시 제한수위를 초과하기 시작한 7월 30일을 첫 번째 중대한 의사결정 시점으로 본다. 왜냐하면 이때는 향후 강우가 지속될 것이며, 몇 개의 태풍이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기에 댐 수위를 제한수위 근처가 아니라 충분히 더 낮추어(예년처럼 245~250m) 운영하는 결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만약 7월 30일에 향후 기상예보를 고려하여 댐 수위를 충분히 낮추었다면 8월 8∼9일에 닥쳤던 많은 강우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 중대한 의사결정 시점은 8월 7일 16시에 있었다. 이날 오전은 많은 비가 내렸고, 댐의 수위가 점차 상승했다. 16시에는 제한수위를 훨씬 초과한 263.7m가 되었다. 만약 이때 방류량을 1천500t/초 정도로 늘렸다면(실제 490t/초 방류) 다음날 새벽부터 쏟아진 비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8일 13시부터 시작한 엄청난 양의 방류(2천919.5t/초)로 인한 하류지역의 피해도 훨씬 적었을 것이다. 물론 이 두 번의 중대한 의사결정은 쉬운 것은 아니다. 댐 운영의 근본적 한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용담댐 홍수피해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 불러온 인재(人災)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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