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몸 미술관, 29일까지 채우승 작가 ‘헛꿈’전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스페이스몸 미술관은 9월에서 11월에 걸쳐 ‘투명의 역설: 투명하게 존재하라’라는 주제로 두 번의 전시를 갖는다. 첫 번째는 채우승 작가의 ‘헛꿈’전으로 지난 4일 개막, 오는 29일까지 미술관 2, 3전시장에서 개최되고 있다.

‘헛꿈’전은 조각을 전공한 채승우 작가가 시지각적 인식과 전통적인 조각의 조형어법을 고민해 온 근작을 선보인다. 작가의 평면 작업을 다수 관람할 수 있다.

작가가 선택한 재료는 종이로 두꺼운 한지가 평면으로 조각된다. 양감을 표현하기에 불리한 종이라는 선택은 작가의 탐구 주제인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뫼비우스의 띠처럼 회전시킨다.

작가는 ‘평면적 일루젼(illusion)이 하나의 물질로 나타나는’ 점에서 회화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작업해왔다. 미술에서, 평면-회화의 상대적 개념인 입체-조각으로 구분하기 어려워진지는 오래이나, 조각가의 평면 지향은 독특한 성취로 보인다. 원근감과 공간감을 제거하고 납작하게 밀착된 세계는 착시를 일으키는 부분적 명암법 사용으로 이분(二分)되지 않음을 상징한다.

‘창’을 제목으로 한 작품들은 배접된 장지 위에 오린 종이와 아크릴물감을 사용해 그려졌다. 창(窓)과 회화는 유사한 의미를 내포해 외형을 서로 흉내 내기도 하는 관계이다.

작가가 주로 표현의 대상으로 삼아온 창, 문, 난간은 내부와 외부의 경계로 존재한다. 창과 문, 난간은 안쪽과 바깥쪽처럼 세계를 구분하는 ‘경계’이지만 두 세계가 연결되어 있음을 함께 의미 한다.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아에서 유학생활을 한 작가가 부딪혔을 동·서양의 차이가 근원적인 경계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은 이유였으리라. 혼재된 문화의 아이러니를 발견하게 하는 창의 무늬나 옥상 난간 장식의 재구성은 작가의 시선을 확인하게 한다.

특히 2000년도 ‘전주산조미술제’ 미술감독을 하면서 우리의 무속문화에서 나타난 성과 속을 넘나드는 방식이 작가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전통적인 우리의 문화 안에 녹아진 ‘구분’이나 ‘분리’ 보다는 ‘혼재’한 삶의 태도에 있어서 ‘경계’에 대한 관심이 지속돼 왔다.

작가는 일상성과 신성이 공존하는 ‘굿판’을 주시하게 되면서 과거와 미래가 현재의 순간에 중첩되는 지점을 주목한다. 일정한 모양으로 분할된 화면들 위로 문양이 규칙적으로 그려져 있는데 서로 완벽히 이어져 있지 않은 도형들은 허공에 놓인 것처럼 보인다.

작품 ‘창-나무20-1’는 사각의 하늘색에 선을 그은 긴 종잇조각을 붙인 것으로 창밖에 있는 나뭇가지로 인식하게 한다. 편평한 나뭇가지들이 창문 너머와의 거리, 공간을 느끼게 하기 보다는 오히려 거리감을 좁힌다. 작가의 작품에서 오래전부터 등장한 구름, 나뭇가지, 수평선과 같은 것들은 ‘허공에 떠도는 막연한 것들’로 ‘허공을 더 허공이 되게’ 하고 배경을 주제가 되게 하는 대상들이다.

조각가에게 평면은 무엇이었을까. 편평한 화면에 명암표현으로 입체화한 이미지 반복으로 입체와 평면의 경계를 넘나들며 단정할 수 없는 세계의 무한 반복으로 사유에 빠지게 한다. 무언가를 오랫동안 주시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켜가는 일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다.

작가는 “우리는 예상치도 못한 팬데믹으로 ‘격리’, ‘거리두기’라는 단어를 어느 때보다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불의의 변고이나 가던 길을 잠시 멈추게 하고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며 “예술은 우리에게 미감과 함께 누군가의 진득한 고찰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다면의 감각적 층위가 바로 예술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일상의 시각에서 벗어나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는 회전의 굴레에서 유보하는 태도와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담았다”고 작품의도를 전했다. 문의전화 ☏043-236- 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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