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내 동생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만들었으니 당신이 살아있는 한 나는 당신이 불지옥에 살게 만들 것이오!”

최풍원이 이를 갈았다.

“그래서 네깟 놈이 날 어쩔 셈이냐?”

김주태가 야지락을 떨었다.

“이제 곧 그런 말이 쏙 들어가게 만들어 줄 테니 기다리시오!”

최풍원이 김주태에게 경고를 하고는 청풍도가를 떠났다.

북진여각으로 돌아온 최풍원은 전날 봉화수를 시켜 조사했던 김주태의 소작인들을 떼어놓을 궁리를 했다. 그들을 김주태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시달리고 있는 빚부터 해결해주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농토를 안심하고 부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일이었다. 최풍원은 김주태로 빼앗은 논을 부치고 있는 소작인들 중 몇몇을 북진여각으로 불렀다. 그리고는 그 땅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 소리를 듣자 소작인들 얼굴이 납빛으로 변했다.

“왜들 그러시오?”

최풍원이 그 연유를 물었다.

“그럼 지들은 우째 되는 거지유? 이제 곧 추수철인데 그 수확도 지들이 할 수 없는 가유?”

“이름이 무엇 무엇이오?”

최풍원이 그 물음에는 답을 하지 않고 앞에 있는 소작인들 이름부터 물었다.

“지는 동만이고, 야들은 만택이 만출인데 형제유.”

동만이라는 소작인이 함께 온 형제의 이름까지 말해주었다.

“올 추수까지라도 어떻게 지들이 하면 워쩔가유?”

그들 소작인들은 땅주인이 바뀌었다는 말에 자신들이 추수도 못하고 다른 소작인들로 바뀔까 그것이 두려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봄부터 농사를 지었으니 추수까지 끝내는 게 당연한 것 아니오? 그리고 추수가 끝나면 내년 농사까지도 해주시구려!”

“아이고! 고맙구먼유! 참말 고맙구먼유!”

내년 농사까지도 땅을 주겠다는 최풍원의 말에 소작인들이 허리를 굽실거리며 고맙다는 말을 연발했다.

“내가 오늘 이렇게 부른 것은 여러분들에게 물어볼 것도 있고 상의도 할 것이 좀 있어서요.”

“뭐든지 물어보시면 아는 대로는 모두 말씀을 드립죠!”

최풍원이 용건을 말하자 동만이가 먼저 나서서 대답했다.

“지금 청풍 읍내 김주태의 논이 삼백 마지기 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작인들은 얼마나 되는지 아시오?”

“그 양반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한 사람한테 닷 마지기 이상은 안 줍니다요. 그런데 두세 마지기를 부치는 사람이 젤루 많구먼유. 지두 작년에 소출이 부족하다구 닷 마지기를 짓다 올해는 두 마지기 밖에 도지를 얻지 못했구먼유.”

형제 중 동생인 듯 그래도 나이가 좀 덜 들어 보이는 만출이가 대답을 했다.

“그럼 닷 마지기라 해도 예순 명이고 세 마지기라 해도 백 명이니, 어림쳐도 일백 명 아남팍 되겠구먼.”

“소작인은 백 명이라 해도 논에서 일 하는 사람은 수백 명입니다요!”

형인 만택이가 최풍원의 말끝에 토를 붙였다.

“그건 무슨 말이오?”

“아까 우리 동생이 말한 것처럼 농사를 잘못 지어 소출이 적게 나면 명년에 농토를 아예 주지 않거나 수를 줄이니 또 도지를 얻기 위해 조금이라도 일 할 수 있는 식구란 식구는 몽땅 나와 일을 하니 그럽죠!”

“그렇게 일해서 마지기당 소출은 얼마나 나오?”

“하늘도 잘하고 농꾼도 뼈 빠지게 일해 잘되면 두 섬 말가웃이 나오지유. 허지만서두 그건 으뜸으로 농사가 잘됐을 때 얘기고 보통 마지기당 두 섬 먹기도 바쁘지유.”

“두 섬은 무슨 두 섬! 그것도 운이 좋을 때 허는 얘기고 운 나쁘면 한 섬 먹을 때도 숱하다우.”

만택이의 소출량에 동만이가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수정했다.

“그건 그래유.”

만출이가 동만이 이야기에 동조했다.

“그렇게 농사지어 김주태에게 도지는 얼마나 바치고 있소이까?”

“어이구!”

“억지두 그런 억지는 조선 천지에 없을거구먼유!”

“그건 억지두 아니구 숫제 도척이지!”

최풍원의 물음에 소작인들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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