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러려면 쉰 마지기의 땅이 최풍원에게로 넘어갔다는 것을 김주태에게 알려야 했다. 우갑노인은 최풍원의 그런 심중을 읽고 있었다.

우갑노인은 그 길로 최풍원과 함께 청풍도가로 김주태를 찾아갔다.

“네놈은 어쩐 일이냐?”

김주태는 우갑노인보다 최풍원이 그와 같이 나타난 것이 더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서방님 근황이 어떠신가 궁금해서 이리 찾아왔습니다요!”

최풍원이 김주태의 심기를 건드리며 능글거렸다.

“네놈이 내 근황을 알아 무얼 하려 그러느냐? 건방진 놈!”

김주태가 별 시답잖은 소리를 다 듣는다는 듯 퉁망을 주며 외면했다.

“지가 전에 서방님께 약조 드린 것을 벌써 잊으셨단 말씀이오이까?”

“네놈이 내게 무슨 약조를 했다는 말이냐?”

“제가 드린 말씀을 허투루 들으셨다니 서방님 섭섭하오이다.”

“내가 네놈 말을 귀담아 들을 일이 무어더란 말이냐?”

“지가 서방님 목숨줄을 잡고 있다 해도 그리 말씀하시겠소이까?”

“네깟 놈이 장사해서 돈 푼 좀 만진다고 눈깔에 보이는 게 없는가보구나! 당장 아랫것들 시켜 볼기짝을 까기 전에 냉큼 나가거라!”

김주태가 눈을 부라리며 성깔을 부렸다.

“도가 안에 들어앉아 고을민들 등 칠 궁리만 하니 세상이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 도통 깜깜절벽이구려!”

최풍원이 마치 아랫것 대하듯 말투를 하며 비웃었다.

“아니! 이놈이! 종놈 주제에 어디다 대고 구려더냐?”

김주태가 최풍원의 건방진 말투를 듣고는 핏대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거슬리옵니까? 그런데 서방님 아직 이도 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전에 약조하지 않았소? 어떤 짓을 하더라도 반드시 당신이 내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들겠다고 했지요? 이제 시작이오!”

김주태를 노려보는 최풍원의 눈빛이 마치 먹이를 노리는 독사 같았다.

“같잖은 놈!”

김주태가 코웃음을 쳤다.

“청풍장에 출입하던 장꾼들 태반이 우리 북진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은 아시겠지요?”

“네 놈이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내 모를까바?”

“그럼, 동강 뗏목꾼들이 어그러진 것도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아시오?”

“뭐엿! 그럼 그 일을 네 놈이 그리 했다던 말이냐?”

쥐눈이콩만한 김주태 눈깔이 왕눈이만 해졌다.

“그 뿐인 줄 아시오?”

“그럼 뭐가 또 있단 말이냐?”

김주태가 최풍원의 말에 관심을 보였다.

“있다 뿐이요! 아마 서방님께서 그 말을 들으면 너무 기뻐서 겅중겅중 뛰실 거외다.”

최풍원이 빈정거렸다.

“최 행수님, 그 얘기는 내가 직접 하는 게 좋겠소이다.”

두 사람의 입씨름을 막아서며 우갑노인이 나섰다.

“그렇게 하시지요!”

최풍원이 한 발 뒤로 빠지며 우갑노인을 앞세웠다.

“일전에 당신이 우리 상전에 입힌 피해보상으로 받은 땅 어떻게 하시겠소?”

우갑노인이 김주태에게 물었다.

“뭘 어쩌란 말이오?”

“지난번 말한대로 지금이라도 돈으로 내놓는다면 이 문서를 당신에게 돌려주겠소. 어쩌겠소?”

우갑노인이 문서를 김주태 코앞에 내보이며 의향을 물었다. 우갑노인이 그리 묻는 것도 김주태가 그럴만한 여력이 없다는 확신 하에 묻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청풍도가 김주태는 사면초가에 처해 있었다. 만약에 그럴만한 돈이 있다면 한양의 탄호대감이나 관아 이현로 부사의 입막음부터 해야 할 처지였다. 그런 지경에 우갑노인의 땅값 요구는 김주태에게 바늘로 찔러도 창 맞는 심정일 것이었다.

“나도 그 일로 큰 손해를 보았소이다. 그런데 논 쉰 마지기를 다 뺐길 수는 없소!”

김주태가 또 억지를 부렸다.

“지난번 하도 죽는 소리를 하기에 너무 불쌍해 절반을 감해주었더니 이제 와서 그건 또 뭔 소리요?”

“뭔 소리나마나 난 그 땅을 못 내놓겠소!”

김주태가 남의 말은 듣지도 않은 채 떼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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