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문학작가회
수필가

[충청매일] 아침 해가 우암산 기슭에 솟아오르면 해맞이를 하며 걷는 것이 즐거워 이제는 일상이 돼 버렸다. 태풍 ‘바비’, ‘마이삭’, ‘하이선’ 3형제가 한반도를 스쳐 갔지만 강풍 폭우를 동반해 우리의 삶의 보금자리에 상처를 입은 국민은 그 피해를 복구 하는데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 코로나 방역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2단계에서 2.5단계를 2주간 연장 실행해 확진자가 100여명으로 줄었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 정국이 하루 빨리 멀리 사라지기를 간곡히 기도하는 마음 간절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날이면 날마다 갈 곳 없는 집콕족이 되었지만 날이 밝아지는 아침이 되면 나 홀로 집을 뛰쳐나가 골목길을 벗어나 큰 길가 인도를 걷는다. 이렇게 해서라도 나의 하루 생활을 즐겁게 출발한다.

그래도 규칙적인 운동의 수단으로 아침마다 걷기를 하면 그것이 내 생명을 유지하는 건활(健活)로는 제일 좋았다. 그래서 장 자크 루소는 그 고백록에서 “나는 걸을 때 마다 명상을 할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고 했다. 걸으면서 생각을 하다보면 시감(時感)도 떠오르고 수필(隨筆)의 꿈도 꾸게 된다. 그래서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요. 걸으면서 깊은 성찰을 통해서 인간다워지는 것이 아닐까.

산을 오르거나 숲속을 걸으면 인간도 자연의 보호를 받는 느낌이 든다. 젊은 날에 산을 오르는 등반도 해 보았지만 높은 산을 오르는 등반은 더할 나위 없는 건강증진법이다. 산행은 치열한 자기수련의 도장이요 지혜를 구하는 장소라 생각한다.

현대문명이 아무리 발전하고 코로나19가 온 세계를 괴롭히고 극성을 부려도 인류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한 산과 들을 향한 걷기 운동은 영원 할 것이다.

길은 누구나 다니는 길이지만 주인이 따로 없다. 걸어가는 사람이 주인이다. 생각하고 명상하고 조용히 걸어가는 것은 마음에 무게를 내려놓고 천천히 움직이면 고요와 평화가 오고 모든 근심과 걱정을 덜어준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한참 불고 있는 걷기운동은 자연과 소통하는 우리 생활문화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결국 우리 인간은 직립보행(直立步行)하면서 존재해 왔다. 100세 장수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특징이 계속 움직이는 것이다. 썩지 않고 늙지 않으려면 되도록 많이 움직이고 걷는 것 밖에 없다. 천천히 느린 걸음이라도 좋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 우직한 소걸음이 천리를 간다 하지 않은가. 그러면 건강은 덤으로 오게 마련이다. 단 한번 주어지는 인생길인데 시작이 반이라고는 하나 끝까지 걷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쪽빛 하늘도 드높은 계절 9월이다. 누구나 세상을 살면서 한족이 한족이 정성을 다해 심어 놓은 꿈이 있다면 어느 들녘에서 어떤 빛깔로 익어가고 있을까. 내 마음 낮아지는 만큼 깊어가는 9월,! 한층 겸허한 모습으로 내 아름다운 삶이여! 훗날 나의 세상이 끝날지라도 알알이 탐스런 기쁨으로 돌아오기를! 코스모스 한들한들 가을바람에 흔들이는 언덕길을 걸으면서 생각한다. 노경(老境)이 되어 걷는 것은 어떤 소식을 알고 달려가는 발걸음이 아니다. 머리를 들고 하늘을 보는 것도. 햇빛을 받으며 걷는 것도, 대지로부터 전달되는 기운을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행복한 건강의 비결이요, 삶의 축복이기에 오늘도 나는 아침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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