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1398년 명나라를 창업한 주원장이 71세로 생을 마감했다. 태자 주표가 요절하였기에 주표의 아들이자 주원장의 손자인 주윤문이 16세에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그가 2대 황제 건문제이다. 이전에 주원장은 큰아들 주표를 태자로 삼고 그 밖의 아들들은 천하 각 지역으로 보내 왕으로 봉했다. 특히 북쪽 지역의 왕들에게는 몽골의 침입을 막도록 많은 병력을 통솔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전 역사에서 정치적 혼란은 환관과 외척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여 이들의 정치 참여를 일절 금지시켰다. 또한 불순한 관리들을 탄핵하는 감찰원을 두었고 정보기관으로 금의위(錦衣衛)를 두어 신하들을 사찰하였다.

군대 운영에 있어서 황제가 직접 지휘관을 임명하여 파견하였다. 지휘관은 임무가 끝나면 병권을 반환하였으니 실질적으로 황제가 병권을 장악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장치에도 불구하고 주원장은 안심할 수 없었다. 태자가 성격이 유순하여 명나라 건국에 참여한 공신들을 제대로 다스릴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때 승상 호유용의 모반 사건을 계기로 창업 공신 2만 명을 역모로 몰아 모조리 제거하였다.

이런 배경에서 황제에 오른 건문제는 주원장의 유지에 따라 각 지역의 왕인 숙부들에게 문상을 오지 말라고 알렸다. 이어 왕들의 권력을 축소시키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것은 왕들이 가진 군대를 감축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 무렵 북경 지역에서 가장 많은 군대를 거느린 연왕 주체가 건문제에게 반기를 들었다. 주체는 주원장의 넷째 아들로 전쟁의 경험이 많았고 용맹했다. 북쪽 몽골이 감히 침략할 수 없을 정도였다. 주체는 반란의 기치를 이렇게 천명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황제 옆의 간신들을 제거하여 명나라를 평정한다.”

이렇게 하여 삼촌과 조카와의 내전이 시작됐다. 건문제는 위기였고 주체에게는 기회였다. 주체는 계속 시간을 끌며 반란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여러 왕들과 장군들에게 지지를 얻었다. 또한 군사와 병기와 군마를 충분히 모았다. 반면에 건문제는 속전속결로 주체를 공격해야 했으나 군사물자가 신속히 지급되지 못하였기에 주체에게 매번 당하고 말았다. 또한 건문제에게는 이전에 주원장이 경험 있는 장수들을 모조리 숙청하였기에 군대를 이끌 경험 있는 장군이 없었다. 관군이 아무리 많은 병력을 동원해도 북방 전투에서 경험 많은 주체를 이기지 못했다. 결국 4년간의 내전 끝에 1402년 주체가 남경을 포위하였다. 반란군이 남경성에 쳐들어오자 건문제는 달아날 곳이 없었다. 급기야 성에 불을 지르라 명령했다. 성이 온통 불길에 휩싸일 때 반란군이 입성했다. 불을 끄고 건문제의 시신을 찾았으나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소문에는 하인의 복장을 하고 몰래 궁을 빠져나갔다고도 하고 불길에 휩싸여 타죽었다고도 한다. 이렇게 운명을 건 한판 승부가 끝났다. 주체가 건문제에 이어 황제에 오르니 이가 바로 명나라를 황금기로 이끈 3대 영락제이다.

건곤일척(乾坤一擲)이란 주사위를 던져서 하늘이냐 땅이냐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운명을 걸고 단판으로 승부하는 중대한 일을 가리킬 때 쓰이는 말이다. 운명을 걸 일이라면 권력과 돈과 사랑이 전부이다. 그 다음으로는 사랑제일교회와 태극기집회가 각광을 받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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