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의사국가시험(국시)이 의사 파업의 불씨로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는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정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들은 국시 거부 의대생을 구제하지 않으면 다시 파업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의대생들이 국시에 응시하지 못해 피해를 본다면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고 압박했다. 한숨 돌리는가 했던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새로운 곳에서 재점화되는 형국이다.

지난 8일부터 실시된 올해 국시에는 응시 대상자 3천172명 중 14%인 446명만이 신청했다. 나머지 의대생들은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철회 명문화를 요구하며 국시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9일 국시 추가 접수 등은 계획에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국시 거부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는 공정성과 형평성에 위배되는 만큼 국민들의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손 대변인은 “아직까지는 의대생들이 국시에 응시하겠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받은 바도 없는데 국시의 추가적인 기회를 논의하는 것 자체의 필요성이 떨어진다”고도 덧붙였다.

맞는 말이다. 응시 대상자가 실력행사를 한다고 해서 추가시험 기회를 줄 경우 잘못된 선례만 남길 뿐이다. 더욱이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까지 고려하면 엄청난 특혜로 두고두고 비판 받을 소지가 크다.

국민 여론도 국시 거부자 구제에 호의적이지 않다.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2.4%가 구제에 반대했다. 찬성은 32.3%에 머물렀다.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라는 게시물에는 9일 현재 50만명 가까이가 동의했다. 의료계는 지금 국민들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직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2천700명이 넘는 의대생들이 시험을 치르지 않아 유급될 경우 당장 내년부터 의사 인력 부족이 발생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만도 없다. 지역보건소에서 근무할 공중보건의나 군의관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의료 사각지대 지역의 의료 공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미 국시 접수를 두 차례나 연기했다. 이젠 의협과 의대 교수들이 의료계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일에 나서야할 때다. 의대생들을 빌미로 파업으로 협박할 게 아니라 의대생들을 설득해 제자리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고, 의대생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집단행동은 이제 멈추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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