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산스크리트어로 카르마(Karma)는 한자로 ‘업(業)' 또는 ‘업보(業報)’로 번역된다. 여기에서 업은 생각·말·행동으로 지은 것, 업보는 그에 따라 받는 결과이다. 모든 종교와 도덕은 업에 의한 인과응보를 이야기한다. 종교는 현생의 업보는 죽어서까지 따라간다고 한다. 우리 조상에게 그 업은 자신과 당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이에 벌에 쏘여서 집에 들어가면 옛 어른들은 ‘어제 그제 동냥 온 거지를 몽둥이로 쫓아낸 네 할아버지의 업이 너한테 옮아 붙었다.’고 한다.

업보의 인과응보는 단지 인간사회에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생태계에도 적용된다고 본다. 이를 현대 과학은 시스템 이론이나 생태학으로 설명한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노턴 로렌즈(Edward Norton Lorenz)는 브라질 아마존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킨다는 나비 효과를 이야기하고 있다. 환경론자나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학자 가운데에서는 코로나 19의 원인으로 인간의 생태계 파괴를 지적하고 있다. 이 모두 인간이 커피를 마시고 플라스틱 컵을 버린 작은 행동의 업보로 이해될 수 있다.

불교에서는 열 가지 악업(惡業)의 근원을 행동, 말, 생각에서 찾고 있다. 몸의 행동으로 짓는 악으로 살생, 도둑질, 사음(邪淫)을, 말로 짓는 악업으로 거짓말, 이간질하는 말, 남을 괴롭히는 말 또는 욕설, 진실이 없이 꾸미는 말을, 생각에서 연유하는 악업으로 탐욕, 성냄, 업보와 같은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사견(邪見)을 들고 있다.

역사는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10악업(十惡業)을 행한 폭군들의 업보를 그가 죽기 전이나 죽음으로 보여준다. 네로 황제가 그러했고, 히틀러가 그러했으며, 추방당하고 감옥에 가는 아프리카 대통령이나 죽음이 아름답지 못한 우리의 대통령들이 그러하다. 그 업보의 인과응보를 배우고 보면서도 우리 사회에서는 10악업이 끊이질 않고 있다. 옛 어른들이 눈에는 대통령을 지낸 사람의 알츠하이머는 그의 행동의 업보이고, 아들 문제로 연일 매스컴을 타고 있는 장관은 그의 말로 짓은 업보이고, 검찰을 들락거리는 재벌 총수는 그의 탐욕에 대한 업보라고 할 것이다.

불교에서는 10악업에 대응하여 10선업(善業)으로 행동으로 살려주고(放生), 부지런히 힘쓰고(勤勉), 바른 행동을 하고, 입으로 바른 말(正語), 진실된 말(眞語), 사랑스런 말(愛語), 실다운 말(實語)을 하고, 뜻으로 베풀어 주고(布施), 자비로 대하고(慈悲), 슬기롭게 행하는 것(智慧)을 이야기한다.

조선의 명재상 이민서(李民敍)는 갑자기 괴질병에 걸려 병석에 누웠다. 그가 누워서 한 말이 ‘호조판서로 있을 때, 문서를 위조하여 베 600 필을 빼돌린 혐의로 함(咸)모라는 하리(下吏)를 하옥시킨 일이 있었다. 아마도 그 하옥에 억울함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하고 있다. 새겨서 생각해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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