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김주태, 최풍원에게 머리를 조아리다

[충청매일] 북진 상전과 난전은 연일 성시를 이루었다. 장터에는 사람과 물산들이 넘쳐났다.

반면 청풍도가는 이중삼중으로 곤경에 빠졌다. 북진여각에서 풀어놓은 동몽회원들이 청풍읍성으로 들어가는 모든 물산의 흐름을 철저하게 끊어버리자 청풍장은 빼빼 말라갔다. 물산의 흐름만 끊어진 것이 아니었다. 동몽회원들과 북진임방의 보부상들은 그동안 청풍도가가 앉은장사처럼 해먹던 상권을 돌며 북진난장을 알리고 일체의 장사꾼과 장꾼들의 발길을 북진으로 돌렸다. 청풍도가의 물산 공급처인 동시에 최대 수입원이던 청풍장은 피난 떠난 마을처럼 썰렁해졌고 두 파수도 넘기지 못하고 고사 지경이 되었다. 죽을 지경이 된 청풍도가에서는 자신들의 도가 장사꾼들을 변장시켜 북진난장에 보내 물산을 사서 빼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북진여각에서는 이를 미리 예상하고 장사꾼들과 장꾼들이 북진의 상전이나 난전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징표를 사전에 발급해주었다. 어떤 방법을 써도 통하지 않자 청풍도가는 고립무원이 되었다. 채 한 삭을 넘기기도 전에 청풍도가는 허덕거렸다. 숨이 목까지 차올라 가만히 두기만 해도 청풍도가는 당장 쓰러질 판인데 한양의 탄호대감과 청풍관아 이현로 부사는 당장 공물을 입고시키라고 연일 성화를 대며 조여 왔다. 청풍도가는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궁지에 몰린 청풍도가에서 조구만이란 자가 북진여각으로 최풍원을 찾아왔다. 물어볼 것도 없이 그 자는 김주태가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

“대행수, 우리를 좀 도와주시오!”

“…….”

“우리 도가 목숨 좀 살려주시오!”

“…….”

조구만이가 머리를 조아리며 통사정을 했지만 최풍원은 외면했다.

“그간 우리 도가와의 불편했던 관계는 잊으시고 우선관아에 공납할 물산만이라도 차입을 해주시오.”

그래도 조구만이는 최풍원에게 매달렸다. 그만큼 다급했다. 그리고 한양의 탄호대감이나 청풍관아에 갚을 물산을 빌릴 만한 곳은 청풍 인근에서 북진여각 밖에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 물산을 대준다면 청풍 도가에서는 우리에게 뭘 줄 수 있소?”

최풍원 대행수 옆에 있던 봉화수가 조구만에게 물었다.

“정말이오? 그렇게만 해준다면 우리 도가에서 소유하고 있는 전답을 주겠소이다!”

조구만이가 봉화수의 반응에 반색을 하며 답했다.

“등골이나 빼고 비나 와야 모라도 꽂을 수 있는 골짜기 천수답을 주는 건 아니오?”

봉화수가 조구만이를 떠봤다. 워낙에 잔재주를 많이 피우는 청풍도가 놈들이라 하는 말만 듣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소이까?”

조구만이가 손사래를 치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렇다면 읍성 앞 답을 주시오! 그러면 우리도 다시 생각을 해보겠소!”

봉화수가 청풍 관내에서는 문전옥답이라 할 수 있는 읍성 안 논을 달라고 했다.

“그건 좀…….”

조구만이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김주태의 수하로 심부름꾼에 불과한 놈이 청풍도가의 알토란같은 땅을 제 맘대로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너 같은 허깨비나 조무래기는 필요 없고 김주태를 직접 오라고 해라! 그럼 청풍도가에서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

최풍원이 조구만에게 김주태가 직접 올 것을 요구했다.

“김주태는 청풍도가와 상관이 없소. 그는 그럴 권한이 없소이다. 그러니 나와 타협을 하십시다!”

조구만이가 청풍도가와 김주태와의 무관함을 역설하며 자신과 흥정을 하자며 사정했다.

“김주태가 도가의 실제 물주고 아전 노릇을 하면서 도가와 짜고 저지르는 이전투구를 청풍 고을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최풍원이 고함을 쳤다.

“그건 최 행수 오해요!”

“그렇게 나오면 당신들은 다 죽어!”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겠소?”

“두 말 하기 싫으니 김주태를 당장 내 앞에 오라고 하거라!”

최풍원이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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