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우편집중국장
수필가

[충청매일] 장거리 여행을 하다보면 중간 중간의 휴게소에서 건강식품을 비롯한 물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예전엔 시내버스나 일반버스에서도 그들을 만나곤 했는데 요즘은 단속이나 규제 때문인지 언젠가부터 찾아보기 어렵다.

그 사람들을 볼 때마다 하루에 과연 얼마나 팔고 생계를 이을만한 수입이 될까하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그들의 판매광경을 보면 맛보기 서비스만 잔뜩 받고는 팔아주지 않는 사람들을 가끔 보게 되는데 마음이 언짢다. 그러면 그들의 물품가격이 올라가고 수익이 적어 그들 가정생활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들도 누군가의 아들딸이고 가장들인데 도움을 주지 않으려면 손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도리다.

퇴직하고 산악회나 각종모임에서 여행하는 기회가 많다보니 이동 중 차안에서 물품을 자주 사게 되어 아내에게 면박도 받지만 어쩔 수 없다.

전반기 인생 직장에서 몸에 밴 습성 때문이다.

평생 몸담았던 우체국은 국가에서 운영하지만 특별회계로 운영하기 때문에 제반 비용을 국민의 세금이 아닌 자체수익으로 충당하여야 한다. 따라서 공직생활 하는 동안 우편이나 금융 등의 마케팅 활동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그들의 고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마케팅 어려움의 비근한 예로 친한 친구 사무실에 갈 때도 특별한 목적 없이 갈 때는 출입문 노크가 자연스럽지만 무언가 실적을 올리기 위한 마케팅을 하러 가려면 여간 거북스러운 게 아니다. 그런 걸 많이 경험해봤기에 직장 재직 시 타기관이나 개인이 판매 홍보를 목적으로 방문하면 남일 같지 않아 따뜻이 맞이해주고 협조해주었다.

예전 어느 모임에서 공직에 근무하는 사람이 자기네 사무실에 잡상인 출입이 많아 골치가 아픈데 그때마다 자기가 앞장서서 쫓아낸다고 자랑하듯 말하여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젊은 시절부터 아는 사이로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왜 저렇게 변했을까 의아했고 혼자의 결론은 평생 그러한 부탁이나 어려운 경험을 해보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이란 판단을 했다.

지난해 여행 차량에서 물품을 하나사고 값진 인생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우체국 퇴직자모임 여행이었는데 건강식품을 사고 10개월 할부로 하여 매달 입금을 했는데 마지막회가 입금이 안됐다고 하여 서로 언쟁을 하다 확인해보니 나의 불찰이었다.

계좌번호 중간에 ‘0’을 하나 더 붙인 게 공교롭게 엉뚱한 회사 법인계좌로 입금이 된 것이다.

곧바로 사과하며 재송금해주고 잘못 입금된 회사의 책임자에게는 자초지종을 설명하였으나 차일피일 미루고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인생 2막을 살며 모든 일에 신중하고 침착해야한다는 학습비용이자 경고란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하다.

코로나로 서민들 삶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때 일수록 회사나 여행차량에 방문판매하는 사람 등 어려운 이웃 들에게 매정하게 문전박대하기보다는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부상조하는 사회가 되어야 잘사는 나라 바람직한 사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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