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모든 것이 네 놈을 속이기 위한 술수였다!”

“뭐라고?”

“그러니 모든 얘기를 있는 그대로 털어놔라! 그게 네 놈이 목숨이라도 부지할 길이다!”

장팔규가 빙긋이 웃으며 김주봉이를 조였다.

“우리를 관아로 넘겨주시우!”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는 막다른 벽에 다다르자 김주봉이가 청풍관아로 자신들을 넘기라고 했다. 김주봉이는 관아로 자신들을 넘기면 김주태가 청풍부사와 짜고 구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도 주봉이는 청풍부사 이현로와 김주태의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네 놈들이 관아로 가면 살 성 싶더냐? 이제 네 놈들 명줄은 나한테 달려있다.”

“그게 무슨 소리우?”

“이런 야심한 밤에 그것도 우악한 도둑놈들 수십 명이 작당하여 남의 배를 훔치고 남의 물산을 털려고 했다면 관아에서 어찌 할 것 같더냐?”

최풍원이 김주봉이에게 물었다.

“그래야 도둑놈인데 볼기짝 좀 터지게 맞으면 풀려날 것 아니우?”

장팔규를 맞닥뜨렸을 때와는 달리 김주태가 평정심을 찾으며 또박또박 말대답을 했다.

“청풍부사가 네 말처럼 그리 해줄까? 모르긴 몰라도 관아 문을 들어서는 순간 너희 놈들 목숨은 네 놈들 목숨이 아닐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이우?”

“청풍부사가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버릴까?”

“뭐가 좋은 기회란 말이우?”

“청풍부사는 호시탐탐 기회만 있으면 한양의 대궐로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니 네 놈들을 그냥 두겠느냐. 네 놈들을 이용해 공을 세우고 대궐에 한 자리를 차지할 생각부터 할 것이다!”

“우리 같은 도둑놈들 몇몇 잡았다고 그게 무슨 공 세울 일이우?”

김주봉이가 최풍원의 말을 듣고 시답잖다는 듯 되물었다.

“순진한 놈! 청풍부사가 네 놈들을 그깟 도둑놈으로 잡아 엮겠느냐? 출세에 눈이 뒤집힌 부사가 무슨 짓은 못하겠느냐. 아마도 너희 놈들을 역모로 뒤집어씌울 것이다!”

“역모라니? 말도 되지 않소!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없소! 우리 같은 도둑놈들이 무슨 역모를 한단 말이우?”

김주봉이가 펄떡 뛰었다.

“나라에서 네 놈들 같은 도둑놈 말을 믿겠느냐? 아니면 고을 수령인 부사 말을 믿겠느냐? 더구나 네 놈들은 야심한 밤에 수십 명이 떼를 지어 남의 집을 습격했으니 죄를 뒤집어씌우기 여간 좋지 않겠느냐? 없는 죄도 만드는 판에 여간 좋은 빌미가 아니더냐. 아마도 부사는 네 놈들이 우리 여각 곡물들을 훔쳐 군량미를 만들고 관아로 쳐들어와  무기를 탈취한 후 모반을 일으키려 했다고 장계를 꾸밀 것이다. 그리고 그걸 자신이 사전에 적발했다고 할 것이다. 그리 되면 어찌 되겠느냐? 네 놈들은 찍소리 한 번 못하고 모가지가 뎅강 날아가는 거여!”

최풍원이는 부사가 눈앞에서 일을 꾸미고 있는 것처럼 실감나게 말을 했다. 김주봉이 낯빛이 변했다.

“모반이 임금에게 대드는 거유?”

최풍원과 김주태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무뢰배들이 그제야 모반이니 역모니 하는 말뜻을 알고 기암을 했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무뢰배들도 하얗게 질려 여기저기서 실토를 하겠다며 나섰다.

“우린 청풍도가에서 보낸 놈들이유!”

“우린 아무것도 모르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오. 우리 대장은 김주봉이 그 자요!”

“우리가 뒤집어 본 것이라고는 집구석 밥상 뒤집은 것 밖에는 없어유. 그런데 모반이라니 언감생심 어찌 그런 말씀을 허시유. 그런 생각도 먹고 배 두드리며 살만한 놈들이나 허는 짓거리지 우리같이 당장 먹을 땟거리 걱정하는 놈들이 무슨 역모고 모반이유. 당치도 않구먼유! 우린 청풍도가 김주태가 보낸 사람들이유!”

역모죄를 뒤집어쓰지 않으려고 서로 실토하겠다며 무뢰배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주봉아, 이미 우리는 다 알고 있었으니 더 이상 발뺌하려 하지 말고 모든 걸 세세하게 대행수님께 털어놓거라!”

장팔규가 김주봉을 회유했다.

그제야 김주봉이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모든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주봉이는 청풍도가가 현재 처한 어려움에서부터 북진임방을 털어 관아에 공납할 물산을 확보하려 했다는 세세한 정보까지 자세하게 털어놓았다. 그 과정에서 최풍원은 주봉이와 김주태가 육촌 간이며 웬만한 궂은일은 모두 그가 도맡아 처리한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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