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준
청주 나비솔한방병원 원장

[충청매일] 지난 시간에 이어 화병(火病), 억울병(抑鬱病), 울화병(鬱火病)환자중에 음적(陰的)성향 환자의 한의학적 치료법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음적성향 환자들의 침 치료에 대해 설명드린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음적성향의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약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음적성향의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약재는 특징이 있는데, 약재를 탕전(湯煎), 즉 끓이게 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한약의 색깔처럼 검거나 진한 색이 아닌 맑고 옅은 색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맛도 쓰거나 강한 맛이 아니라, 덤덤하거나 별다른 맛이 안느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향이 나는 약재가 많아 약재마다 특유의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적성향의 환자들처럼 울체된 화(火)를 풀어주기 위해 맛도 강하고 색도 진한 약을 사용하기에는 체력적으로 약한 경우가 많다보니, 특유의 향기와 순한 맛을 이용해서 부드럽게 풀어주려는 의도가 많습니다.

아마도 음적성향의 환자들이 조용하고, 증상도 격하지 않아 약들도 그러한 약들이 사용되는가 봅니다. 대표적으로 복령이라는 약재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복령은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균체로 냄새도 거의 없고, 맛도 담담합니다.

백복령, 백복신, 적복령 등 부위나 색깔에 따라 구분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건위(建胃), 이수삼습(利水渗濕, 利尿), 진정안신(鎭靜安神)의 작용을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복령이라는 약재를 직접 보시면 바로 느끼시겠지만, 약성(藥性, 약의 성질)자체가 강하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소변이 불편한 경우 이뇨(利尿) 작용을 통해 소변을 원활하게 하지만, 익히 알고 있는 이뇨제처럼 다량의 소변을 유발하지는 않고 정상적인 양과 횟수로 돌려놓는 원만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특히 복령의 작용중 진정안신(鎭靜安神)의 경우가 눈여겨볼만 합니다. 불안한 상태를 진정시키고,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대개 음적성향의 환자들은 조금만 신경쓸 일이 생기거나, 잠자리가 바뀌거나, 조명이나 소음 등에 작은 변화가 있어도 바로 수면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소화도 안되고, 몸도 무거워지고, 붓기 시작한다고 호소하게 됩니다. 바로 복령의 효능과 일치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복령의 경우뿐만 아니라 음적성향의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약재들의 대부분은 한가지 약재만 사용하기에는 효과가 완만하여, 효능을 상승시켜 주는 창출, 황기, 생강 등의 다른 약재를 함께 처방하여 사용하며, 장시간에 걸쳐 꾸준히 복용해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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