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북진여각 사방에는 화톳불이 타오르고 바깥마당 한가운데는 결박당해 잡혀온 청풍도가 무뢰배들이 줄줄이 땅바닥에 꿇려있었다. 마당 주변에는 상전객주들과 임방객주들 그리고 동몽회원들이 무뢰배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생각 같아선 네놈들을 모두 강 속에 처넣어 물고기밥을 만들고 싶다만 나랏법이 앞을 가려 참는다. 네놈들을 사주한 장본인이 누구냐?”

북진여각 대행수 최풍원이 호령을 했다.

“우린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도둑이유!”

“그냥 여기 여각에 값진 물건이 많다는 풍문을 듣고 훔치러왔을 뿐이오!”

최풍원의 물음에 청풍도가 무뢰배 놈들이 입을 맞춘 듯 발뺌을 했다.

“남의 물건이나 훔치는 도둑놈들이 떼를 지어 야심한 밤에 배까지 타고 강을 건너 왔다는 말이냐? 동에 닫는 말을 하거라!”

최풍원이 바른 소리를 하라며 추궁했다.

“배도 청풍 읍나루에서 훔친 거유.”

“읍나루에 그렇게 여러 척의 배도 없을뿐더러 그 정도 배를 동원하려면 네 놈들이 할 수 없는 일이다! 뒷배가 누구더냐?”

“지들 같은 천 것들에게 누가 뒷배를 서 준단 말씀이유?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유!”

뒷배를 캐묻는 최풍원에게 무뢰배놈들은 전혀 가당치도 않다며 부인했다.

“그럼, 순전히 우리 여각 물건이 탐나 그리 했단 말이지?”

“그렇다니까유!”

다짐받듯 묻는 최풍원에게 무뢰배들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답했다.

“이놈들! 볼기짝이 터지도록 매 찜질을 해야 바른말을 토할 테냐?”

도식이가 주먹을 불끈 쥐며 겁을 주었다.

“성님은 착하기도 하시우. 저놈들이 그깟 장판에 매질로 입을 열 것 갔슈? 저런 놈들은 당장 형틀에 사지를 묶고 피똥이 줄줄 나오도록 주릴 틀면 있는 소리 없는 소리를 다 토해 낼 것이유!”

도식이 옆에서 무뢰배들이 하는 양을 보고 있던 용강이가 발로 땅을 구르며 엄포를 놓았다.

“지들같이 남의 물건이나 훔치는 불쌍한 인생들한테 무슨 뒷배가 있고, 그리 모질게 할 일이 뭐 있겠슈? 정 분이 풀리지 않으면 볼기짝을 내놓을 테니 매타작을 좀 하고 풀어주시우!”

무뢰배들 중 한 놈이 둘러선 사람들을 쳐다보며 아주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다 알고 묻는 것이니 늦기 전에 실토를 하는 게 신상에 좋을 것이다. 그래도 이실직고를 하지 않겠느냐?”

“우린 그냥 도둑놈들일 뿐이오!”

“이놈들, 안되겠구나! 거기 김주봉이를 끌어내라!”

최풍원이 무뢰배들 틈에서 대가리를 틀어박고 있던 주봉이를 지목하며 말했다. 김주봉이가 사색이 되어 최풍원 앞으로 끌려 나왔다.

“너 이놈! 수일 전 이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다면 너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 했지? 지금이 이 사단이 어떻게 된 것인지 자초지종을 말해 보거라!”

“…….”

김주봉이가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저런 도둑놈들과 함께 여기에 잡혀왔는지 주봉이 네 놈이 말해 보거라!”

“난 아무것도 모릅니다!”

김주봉이가 오리발을 내밀었다.

“네 놈이 꾸민 일인데 어찌 된 것인지 전혀 모른단 말이냐?”

“난, 이놈들이 좋은 물건을 한 입에 먹을 횡재수가 있다 하기에 따라왔을 뿐이오!”

“그 말에 전혀 거짓이 없으렷다?”

최풍원이 김주봉에게 확인을 했다.

“틀림없습니다요!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다면 당장 이 자리에서 머리를 찧고 죽겠습니다요.”

김주봉이가 뒤로 결박을 당한 채 머리를 땅바닥에 찧는 시늉을 했다.

“교활한 놈! 네 놈이 끝끝내 제 명줄을 재촉하는구나. 팔규야, 이리 나오너라!”

최풍원이 둘러선 북진여각 사람들 틈에서 장팔규를 불렀다.

“주봉아!”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장팔규가 김주봉이 앞에 나타났다.

“아니! 너는?”

김주봉이가 강수를 보고 너무 놀라 째진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능청 그만 떨고 실토 하거라!

“돈 벌어 고향 가겠다며 큰고을로 간다지 않았느냐? 그런데 네가 왜 여기에……?”

김주봉이가 생각지도 못한 일에 당황하여 말을 잇지 못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