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선 청주오창호수도서관 사서]천사의 실수로 세상의 모든 바보들이 폴란드의 ‘헤움’이란 마을에 떨어졌다. 그런데 모두의 걱정과는 반대로 그들은 헤움 마을을 세상 어느 곳보다 행복한 장소로 만들어 나갔다. 어떻게 된 일일까?

오늘 소개하는 책은 류시화 시인의 ‘인생 우화’(연금술사)다.

충북 옥천 출신의 작가는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등 다수의 시집을 출간했고 티베트와 인도의 좋은 글들을 소개하고 번역한 번역자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폴란드에서 전해 내려오는 폴란드 남동부의 작은 마을 헤움을 배경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에서 소재를 빌려와 재창작한 우화들과 그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작가가 창작한 우화집이다.

추운 겨울, 진흙 웅덩이에 발이 빠진 사람을 구해야 하는 촌각을 다투는 일에 스스로 지혜롭다 여기는 마을 현자들이 모여 대책 회의를 한다. 웅덩이에 빠진 사람의 발은 얼어붙고 있지만 현자들은 이 사람이 언제 웅덩이에 빠졌는지, 어느 방향에서 걷다가 빠졌는지, 이것이 신의 뜻인지를 고민한다.

마침내 합의된 해결 방법은 봄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땅이 녹으면 웅덩이에 빠진 이가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45가지의 에피소드를 읽고 있노라면 헤움 사람들의 황당한 사고방식에 당혹스러워지고 이들의 어리석음과 과장됨에 웃음이 난다. 하지만 이내 어리석게만 보이는 ‘헤움 식으로 살아가기’와 우리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매우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인생의 조언이 필요하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엉뚱한 진실에 다가가고 싶다면 헤움 사람들의 일상 속에 숨겨진 우리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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