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9부 북진여각 상권을 굳히다 (888)
[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9부 북진여각 상권을 굳히다 (888)
  • 충청매일
  • 승인 2020.08.3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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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용강아, 어떻게 해야 할지 각자 맡은 일은 잘 알고 있겠지?”

이미 초저녁부터 부엉이굴 입구에 숨어있던 강수가 용강이에게 물었다.

“대방, 염려 붙들어 매! 저놈들만 굴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우린 연습한 대로 고대루 할거여!”

용강이가 부엉이굴 앞에서 주저불거리고 있는 청풍도가 무뢰배들을 주시하며 대답했다.

“모두들 숨소리도 내지 말고 저 놈들이 굴로 들어가도록 기다리거라.”

강수가 부엉이굴 입구 숲속에 숨어있는 동몽회원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저놈들이 우리 계략대로 넘어가야 할 텐데.”

“그러게 말이다. 저놈들을 반으로 갈라놔야만 치기가 수월할 텐데 안직 굴 초입에 쌓아놓은 섬을 못 본 모양이네,”

“초입에 쌓아놓았으니 곧 보겠지!”

강수와 용강이가 청풍도가 무뢰배들의 거동을 살피며 조바심을 냈다.

청풍도가 무뢰배 놈들은 이제는 아예 주변을 경계하지도 않았다. 마치 저들 집 마당을 거닐 듯 여기저기를 돌아치더니 굴 입구로 들어섰다.

“여기 뭔가 있다!”

굴 안에서 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바깥까지 들려왔다. 아마도 굴 입구에 먼저 들어간 녀석이 쌓아놓은 섬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그것은 북진여각에서 숨겨놓은 곡물을 담은 섬이었다.

“우선 이것부터 강가 배로 옮겨라!”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명령했다.

“그런데 엄청나게 무겁구먼!”

“그럼 솜 덩어리도 아닌데 곡물 섬이 무겁지 가볍겠냐?”

“그래도 너무 무거워! 무슨 곡물이 돌덩어리를 드는 것 같어!”

핀잔을 받으면서도 놈은 섬이 너무 무겁다며 엄살을 피웠다.

“그렇게 무거우면 둘씩 달라붙어 옮겨! 그깟 섬 두 개도 한꺼번에 들 장정 놈들이 하나도 둘이서 쩔쩔 매다니 축내는 밥이 아깝다. 이놈들아!”

섬 하나에 두 놈씩 붙고도 쩔쩔 매며 굴 밖으로 나가는 무뢰배들을 보며 대가리인 듯한 놈이 혀를 찼다.

“북진여각 곳간 것을 몽땅 옮겼다면서 곡물과 특산품이 요것 밖에 안 된다 말여?”

“곡물 섬이야 워낙에 무거우니 굴 초입에다 놓고 특산물은 가볍고 비싸니 워디 다른 곳에 숨겨둔 모양이지. 안 그래유 성님?”

두 놈이 서로 지지불거리며 떠들어대더니 혀를 찼던 놈에게 형님이라 부르며 물었다.

“분명 부엉이굴로 몽땅 옮긴다고 했으니까 이 굴 안 어디엔가 있겠지. 그러니까 너희들은 나를 따라오고, 나머지는 저 섬들부터 엉성벼루 밑에 대놓은 배까지 저것들을 옮기거라! 굴 안쪽으로 더 들어가 살펴보자!”

명령을 내리는 놈은 분명 주봉이 목소리였다. 주봉이 지시에 따라 청풍도가 무뢰배 패가 다시 두 패로 갈렸다. 한 패는 북진임방에서 미끼로 던져놓은 곡물 섬을 메고 강가 배로 내려갔고, 다른 한 패는 주봉이를 따라 굴 안쪽으로 더욱 깊숙하게 들어갔다. 북진여각에서 청풍도가 무뢰배들을 둘로 갈라놓기 위한 술수였다. 그래야만 수적으로 우세한 청풍도가 무뢰배들을 적은 인원으로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 뭔가 산더미처럼 잔뜩 쌓여 있다!”

“뭐긴? 특산품 보따리겠지.”

“그런데 뭐가 좀 이상해!”

“뭐가?”

“보따리가 아니라 또 곡물 섬이여!”

“곡물 섬은 굴 초입에 있었잖아. 그런데 뭔 곡물 섬을 이래 깊은 곳까지 옮겨놨다는 말이냐?”

“그러니까.”

보통 곡물은 섬에 쌓아 보관하지만 특산물은 보퉁이에 싸 보관하는 것이 상례였다. 값나가는 물건이고, 보관과 운반이 편리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무거운 곡물 섬을 부엉이굴 안쪽 깊은 곳까지 운반해 쌓아놓았다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다.

“그리고 곡물 섬 치고는 너무 가뿐해유 성님!”

“그럴 리가? 속을 잘 살펴 보거라!”

주봉이가 무뢰배들에게 섬 주둥이를 풀어 확인을 하라고 했다.

“성님! 속이 몽땅 지푸라기여!”

주둥이를 풀던 무뢰배 놈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럴 리가! 다른 것도 풀어 보거라!”

그러나 다른 섬들도 마친가지였다.

“뭐엿! 속았다! 빨리 나가자!”

주봉이가 함께 있던 무뢰배들을 향해 고함을 치며 밖으로 나가자고 고함을 질렀다. 다급하게 질러대는 목소리가 왕왕거리며 굴속에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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