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547년, 정나라의 신하 서오범에게는 굉장한 미인인 여동생이 있었다. 이 소문을 듣고 공손초라는 젊은 장수와 갑부인 자석이라는 자가 서로 아내로 삼고자 경쟁했다. 서오범은 뜻하지 않게 자신의 여동생을 두고 두 사람이 다툴 상황이 되자 불안했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 제안했다.

“나는 내 여동생으로 인해 두 집안이 싸우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니 여동생이 직접 남편감을 선택하도록 동의해주십시오.”

자석과 공손초가 이 요구를 받아들였다. 자석은 갑부답게 진귀하고 호화로운 예물을 실은 수레 수십 대와 시종 수백 명을 거느리고 청혼했다. 반면에 공손초는 늠름한 갑옷을 입고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전투용 수레를 타고 와서 청혼했다. 거리에는 이 광경을 보느라 사람들로 넘쳐났다. 한편 미인은 이를 지켜보면서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결국 결정을 내리고 오빠인 서오범에게 말했다.

“저는 재물보다 사람을 선택하겠어요. 사내는 장부답고 아내는 여자다운 것이 순리이니 저는 공손초의 아내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공손초가 미인을 얻었다. 하지만 자석은 승복하지 않았다.

“내 언제고 공손초 네 놈을 죽이고 반드시 미인을 빼앗아올 것이다!”

얼마 후, 자석의 시종들이 귀가하는 공손초를 공격했다. 하지만 공손초가 날렵하게 몸을 피해 도리어 시종들을 모두 제압했다. 그리고 도망하는 자석을 때려 상처를 입혔다. 그런데 다음날 자석이 공손초를 고소하였다.

“나는 그저 길을 가다가 공손초를 만났는데, 그가 이유 없이 창으로 나를 찔러 이렇게 상처를 입었습니다. 하오니 공손초를 벌하여 주십시오!”

이에 정나라 대부들과 형벌 관리들이 이유 없이 사람을 해쳤다는 죄목으로 공손초를 잡아들였다. 그리고 판결을 내렸다.

“너는 군주의 위엄을 두려워해야 하는 장수인데도 함부로 무기를 썼으니 이는 법을 어긴 것이다. 또 자석은 상대부이고 너는 하대부인데 함부로 대했으니 이 또한 법을 어긴 것이다. 그 동안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운 것을 감안하여 차마 죽이지는 않겠다. 대신 당장 나라를 떠나라!”

이렇게 하여 공손추는 누명을 쓰고 추방되었다. 이후에 자석은 또 한 번 망나니짓을 벌였다. 당시 백성들과 대부들이 지지하는 유씨 가문을 몰락시키고자 사병을 동원해 공격했다. 하지만 관료들이 반발하고 여론이 좋지 않자 이번에는 대부들이 서둘러 자석을 체포하였다. 그러자 자석의 문중에서 누구 하나 나서서 구명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석을 편들던 조정 신하들은 모두 모르는 체 하였다. 이전까지 자신이 정나라에서 최고인 줄 알았던 자석은 모두가 돌아서자 허탈하고 황망했다. 그날 밤 옥에서 목매 죽었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세가(史記世家)’에 있는 이야기이다.

무지망작(無知妄作)이란 아무 것도 모르면서 자신이 최고인 줄 알고 날뛰는 행동을 말한다. 의로운 일은 자신을 헌신하기에 사람들을 감동시키지만, 이익을 찾는 일은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에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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