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필자는 기독교(개신교)인이다. 기독교라 칭하는 종교는 개신교와 천주교로 나뉘는데, 기독교가 곧 개신교인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가 개신교인이 된 것은 약 10년 전이다. 사실, 종교를 갖기 전에는 개신교인에 대한 반감이 무척 컸다. 특히, 불신지옥(예수님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을 외쳐대는 목사와 장로들을 보면 미쳤다고 욕을 했고, 성당을 다니면 다녔지 교회는 나가지 않으리라 했었다.

10년 전, 아내의 권유로 두란노아버지학교에 등록하면서 개신교인을 만나게 되었고, 교회에 이상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가정회복을 위한 여러 가지 교육과 훈련, 사역을 담당하면서 종교인으로서 믿음을 키워갔다. 10년 동안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교회 안에서는 예수님의 길을 따라서 걸어야 한다고 말하는 교인들 중에는 실제 생활이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사람들은 초신자뿐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개신교인인 모태신앙인들, 20년 이상 교회를 다닌 장로와 권사들, 그리고 목사들까지 다양했다.

실망이 컸다. 한때 아내와 함께 종교 생활을 그만둘까 고민도 했다. 다행히 신실하신 분의 도움으로 실족하지 않고 지금까지 믿음을 이어가고 있다. 도시의 대형 교회에서 시골의 작은 교회로 옮기고 나서 오히려 흔들리는 마음이 훨씬 줄었다. 실망하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믿음에 다시 큰 도전을 받고 있다. 코로나19에 큰 타격을 입힌 전광훈 목사(?) 때문만은 아니다. 어쩌면 전광훈 목사는 꼭두각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는 소위 태극기부대라고 불리는 수많은 극우 보수집단들이 자신의 말에 “아멘! 아멘!” 외쳐대는 광경에 희열과 존재감을 느끼는 불쌍한 영혼에 불과하다.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개신교인을 실망시키는 것은 전광훈 목사 개인이 아니라, 그의 전혀 근거 없는 말과 예수님의 가르침과는 반대로 하는 행동에도 불구하고 많은 개신교인들이 그를 따르는 것이다. 그중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목사들도 많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이번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를 보면서 개신교인으로서 많은 부끄러움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유독 다른 종교, 그리고 같은 예수님을 믿는 천주교와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일부 개신교인들은 왜 그런 것일까?

며칠 전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서 어떤 목사님과 토론을 했다. 많은 보수적 개신교인들과 마찬가지로 목사님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했다. 이유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찬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성경(구약)에는 남자가 남자와 동침하는 것을 죽여야 할 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나님의 명령이고, 창조질서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보수 개신교인들은 현 정부를 비롯한 진보세력이 동성애를 찬성하고 조장하기 때문에 비판하고 반대한다고 말한다. 일부 그런 순진한(?) 믿음으로 반대하는 분들도 있지만, 정말 그 이유 전부일까?

그 이유라면 그들은 구약 성경에서 먹지 말라고 하는 돼지고기와 장어도 먹어서는 안 된다. 여자 성도와 간음한 목사들도 죽여야 한다. 그들의 진짜 의도는 딴 곳에 있다. 예수님은 그들이 섬기고 있는 강남의 아파트, 자녀의 학벌, 교인이 넘쳐나는 교회가 아니라 가난한 자, 헐벗은 자,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자 편에 서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예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일 뿐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