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최근 발생한 용담댐 하류지역의 침수 피해가 인재(人災) 라는 지적과 함께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용담댐 방류로 수해를 입은 충북 영동·옥천, 충남 금산, 전북 무주군 주민 300여명은 19일 전주 한국수자원공사 금강유역본부와 공주 금강홍수통제소를 찾아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날 주민들은 “수자원공사가 연일 이어지는 강우 예보에도 용담댐을 방류하지 않다가, 집중 폭우가 내리자 갑자기 방류량을 늘려 하류지역 농경지와 마을들이 침수됐다”며 “방류량 관리 실패에 따른 수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자원공사는 책임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와 피해주민 보상,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주민들은 물이 들어차 썩어버린 인삼, 복숭아, 고추, 사과 등 각 지역의 농산물을 한 트럭씩 싣고 와 금강유역본부와 금강홍수통제소 청사 앞에 내동댕이치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6년 이상 공들여 키운 농작물을 한 순간에 잃고 생계를 걱정하게 생겼으니 이보다 허망한 일도 없다. 더욱이 천재지변도 아니고 상류 댐 관리 미흡으로 속수무책 당했다는 생각에 이르면 그 분통한 심정을 헤아리기 어렵지 않다.

댐 방류로 인한 피해는 재해·재난으로 정의하지 않아 보상 근거도 없다. 신속한 복구와 피해 보상을 위한 법적·제도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수자원공사는 “기상청 예보보다 많은 비가 쏟아져 어쩔 수 없었다”며 “매뉴얼대로 실행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국가 차원에서 각 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조사하고 있는 만큼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역대 최장 장마에 집중호우라는 상황을 감안하지 못하고 선제적 대응을 하지 않은 수자원공사의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

댐의 기본 임무는 홍수 대비다. 용담댐 하류지역이 물난리가 난 지난 8일 전날까지만 해도 수자원공사는 용담댐의 방류량을 초당 291.63t으로 유지했다. 계속된 강우로 댐 수위가 계획 홍수위(265.5m)에 근접했는데도 방류량을 늘리지 않고 버텼다. 급기야 저수량이 97.5%로 치솟은 뒤에야 방류량을 늘리기 시작, 짧은 시간에 초당 2천900t까지 흘려보내면서 하류지역은 속절없이 침수를 당해야 했다. 주민들은 당시 금강 상류 강수량이 그리 많지 않았던 만큼 미리 방류해 용담댐 수위를 관리했더라면 이번처럼 막대한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댐 방류로 인한 하류지역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국가 지원은 제도적 한계가 있고, 소송을 통한 피해 보상을 받기도 쉽지 않다. 2017년 괴산댐 방류로 피해를 본 주민들은 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했지만 댐 방류와 수해 사이에 인과 관계를 찾을 수 없다며 패소한 바 있다.

이번 기회에 댐 방류로 하류지역이 피해를 입을 경우에 대한 피해 복구와 보상 방안이 근본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기상이변 탓만 하며 피해를 하류지역 주민들만 온전히 감당하라고 하기엔 댐으로 인해 수혜를 입는 도시와 기관으로서도 낯부끄러운 일이다. 정부 차원에서 제기된 문제 전반을 점검하고 합리적인 보상 체계가 수립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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