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청풍도가 김주태 꼼수를 부리다

[충청매일]

⑤ 청풍도가 김주태 꼼수를 부리다

“대행수 어르신, 급한 일입니다요!”

청풍읍내로 도가 염탐을 나갔던 장팔규가 헐레벌떡 북진여각으로 들어서며 최풍원을 찾았다. 그런데 팔규가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녀석을 한 명을 데리고 왔다.

“무슨 일이냐?”

“이 친구는 청풍도가에 일꾼으로 있는데, 대행수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장팔규가 함께 온 녀석을 최풍원에게 소개했다.

“믿을만한 놈이냐?”

“그건 지도 잘 모르겄고, 북진여각 높은 양반께 꼭 전할 말이 있다고 해서…….”

“너도 잘 모르고 신분도 의심스러운 놈을 이리로 직접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하느냐? 도대체 생각이 있는 놈이냐 없는 놈이냐?”

동몽회 대방 강수가 장팔규를 질타했다.

“지는 야가 중한 얘기라 해서…….”

장팔규가 입으로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했지만, 표정은 강수의 질타가 몹시도 못마땅한 듯 똥 먹은 인상이었다.

“이미 저질러진 일이다. 그러니 대방은 잠자코 있거라!”

최풍원이 강수에게 자제하도록 명했다.

“예.”

강수가 수구리했다.

“말해보거라.”

최풍원이 장팔규가 데려온 녀석에게 말했다.

“대행수님! 저는 주봉이라고 합니다요. 며칠 전 청풍도가 장사꾼들이 모여 회의를 했는데 청풍읍장에 물산이 들어오지 않는 이유가 북진여각에서 손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요.”

“벽에도 귀가 있다는데 내 입을 떠난 얘기가 비밀이 될 수는 없겠지. 북지여각이든 임방이든 어디서가 우리가 하는 일이 새어 나갔겠지. 그리고 장사라는 것이 서로 먼저 도거리하기도 하고 팔고 사는 것이 일상사이거늘 그깟 것이 무슨 비밀이 된단 말이냐?”

주봉이의 토설에 최풍원이 대수롭지 않다는 듣더니 시큰둥하게 되물었다. 그리고는 들어볼 필요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행수 어른, 그게 아닙니다요!”

주봉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최풍원을 불렀다.

“아니면 또 다른 얘기라도 있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요!”

“뭐냐?”

“지금 청풍도가는 몹시 어려운 지경에 빠져있습니다요. 그래서 방법을 강구하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있다 죽을 수는 없다며 도가에서는 한천 장날인 열사흘 전날 북진을 습격하기로 모의를 했습니다. 마침 북진여각에서도 난장을 튼다고 하니 각지에서 물산들이 모여들어 잔뜩 쌓여있을 테니 그것을 빼앗자며 뜻을 모았습니다요. 지금 청풍도가에서는 인근의 모든 무뢰배들을 모으고 있는데 곧 강을 건너 야습을 해올 겁니다요.”

주봉이가 청풍도가에서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고했다.

“네 말에 조금도 거짓이 없겠지? 만약 거짓이 있으면 넌 바로 죽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 치도 거짓이 없습니다요!”

주봉이가 최풍원이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다짐했다.

“강수야! 넌 지금 즉시 청풍 근방에 도거리 나가 있는 동몽회원들을 몽땅 불러들이고 저 녀석은 광에 가두거라! 만약 저 놈이 도망을 치려는 기미가 보이면 내게 알릴 필요 없이 즉시 자루에 넣어 강물에 던져버리거라!”

주봉이의 이야기를 듣고 난 최풍원이 주봉이를 곳간에 가두라고 했다.

“대행수님, 저는 행수님께 도움을 주러온 사람입니다요. 이리 대하시면…….”

주봉이가 최풍원을 향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만약 거짓말이면 저들이 일을 벌이기 전에 너는 내 손에 먼저 죽는다!”

최풍원이 엄포를 놓았다.

“대행수님, 저를 믿고 우리 여각에 비밀을 알려주러 온 친구입니다. 그리 홀대하면 앞으로 누가 우리에게 도움을 주겠습니까?”

장팔규가 최풍원과 주봉이 얼굴을 번갈아 살피며 난감해 했다.

“팔규야 이 판에서는 아무도 믿지 말거라!”

“그래도 대행수님!”

“시끄럽다!”

최풍원이 장팔규의 하소연을 단칼에 묵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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